5월이지만 바닷바람은 찼다. 실종자 가족들은 이날도 오전부터 선착장에 나왔다. “보고 싶다. 보고 싶다. 빨리 와서 카네이션 달아줘..” 한 실종자 어머니가 흐느꼈다. 다른 어머니는 평소 자식이 좋아했던 사이다를 들고 와 먼 바다를 바라보기만 했다. 또 다른 어머니는 자식의 이름을 부르다 주저앉아 무릎사이에 얼굴을 파묻었다. 자식이 돌아오면 신겨주기 위해 새 축구화를 품에 안고 바다를 바라보는 어머니도 있었다.
팽목항에서 이들을 돕는 자원봉사자들은 이들을 위로할 방법을 찾지 못하고 함께 울었다. 울음이 잠시 멎으면 모두들 침묵했다. 파도소리만 들렸다.
‘카네이션’을 대신해 나부끼는 리본에는 누군가 실종된 아들을 대신해 적은 글인 듯 아들 ‘엄마! 난 엄마 아들이어서 정말 행복했어요. 진짜로’라고 적혀 있었다. 다른 리본에는 ‘아이들아! 내일이면 빨간 카네이션 되어 돌아오겠니?’라고 쓰여 있었다. 실종자 가족들이 직접 쓴 듯한 리본은 찾기 어려웠다. 리본을 매달기 조차 힘들 정도의 슬픔이 이들을 휘감고 있는 듯 했다.
오후에는 전북지역의 한 봉사단체 회원 40여명이 실종자 가족들을 위로하고 추모하기 위해 팽목항을 찾았다. 이들은 실종자들의 무사귀환을 위한 ‘종이배 띄우기’ 행사를 가지려다 취소했다. 팽목항에 덮혀있는 슬픔의 무게가 너무 커 이런 행사조차도 어울리지 않다고 판단한 듯 하다. 이들은 대신 가족 대기실 벽에 종이배를 붙였다.
실종자 수색에 나서고 있는 민관군 합동구조팀은 높은 파도로 인해 오후에 잠깐 동안만 수중 수색을 실시하다가 곧바로 중단했다. 실종자 가족들은 사실상 실종자 수색의 마지막 골든타임인 소조기(7~10일)에 기대를 걸고 있다. 하지만 바람은 무심하게도 거셌다.
사고 해역의 빠른 조류, 잠수사 사망, 구조자들의 피로 등 여러 가지의 악조건 속에서도 실종자 가족들은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자식을 찾을 것이라는 실낱같은 희망으로 실종자 가족들은 팽목항 선착장에서 무작정 기다리고 있다. 바다에서 불어오는 세찬 바람도 이들의 눈물을 말리지 못했다.
진도=국민일보 쿠키뉴스 김영균 기자
ykk22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