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의회는 아마존이 막대한 이득을 챙기고도 매출의 상당 부분을 세율이 낮은 외국으로 이전해 세금을 회피하고 있다며 소비자들에게 불매운동에 동참할 것을 촉구했다고 더타임스 등 현지 언론이 1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기업등기청 자료에 따르면 아마존 영국법인은 지난해 매출 43억 파운드(약 7조4000억원)를 올렸다. 그러나 아마존이 낸 법인세는 매출액의 0.2% 수준인 970만 파운드에 불과했다. 전자상거래 관련 항목은 전체 매출에 제외돼 있어 실질적 절세 규모는 천문학적 수준일 것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아마존은 2012년에도 영국에서 법인세 240만 파운드를 낸 뒤, 일자리 창출 명목으로 이보다 많은 250만 파운드의 정부 보조금을 챙겨 도덕성 논란에 휘말렸었다. 법인세율이 낮은 룩셈부르크에 본부를 두고 전자상거래 매출을 몰아주는 수법으로 세금을 줄이고 있다는 의혹도 꾸준히 제기돼 왔다. 영국 주요 기관 투자사인 로열런던자산운용(RLAM)은 지난 2월 아마존이 노동자들의 노동력을 착취하고 있는 데다 근로자들의 단체교섭도 허용하지 않는다며 윤리펀드(사회윤리적 책임을 다하는 기업의 채권과 주식에 투자하는 펀드)에서 제외하는 방안을 검토한 바 있다.
아마존이 세금을 쥐꼬리만큼만 내고 있다는 사실은 최근 다국적 기업의 탈세 문제를 적극적으로 파헤쳐 온 하원 공공회계위원회가 주도적으로 밝혀냈다. 불매운동을 제안한 마거릿 호지 위원장은 “정당한 세금을 회피하는 아마존의 행태에 분노한다”며 “불매운동으로 소비자의 힘을 보여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찰리 엘피크 하원의원도 “국제적인 탈세 공조 노력을 비웃는 다국적 기업의 탈세는 반드시 근절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마존은 이에 대해 “적법한 절차에 따라 유럽본부를 통해 28개국에 대한 상거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며, 세금 납부도 성실히 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영국에서는 2012년부터 아마존, 스타벅스, 구글 등 미국계 기업들과 부유층이 적지 않은 이익을 거두면서도 세금을 제대로 내지 않는다는 비판 여론이 일고 있다. 실제로 스타벅스는 지난해 3년간 영국에서 소득세를 한 푼도 내지 않은 것이 알려지면서 불매운동이 벌어지자 “수익이 나지 않을 경우 세금 공제 신청을 안 해서라도 향후 2년간 2000만 파운드(약 3400억원)의 세금을 내도록 하겠다”며 몸을 낮춘 바 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이용상 기자 sotong20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