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어머니날인 5월 둘째 주 일요일인 11일(현지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폰테베드라 비치의 소그래스TPC에서 열린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플레이어스 챔피언십 4라운드에서 마르틴 카이머(독일)는 골프백에 해바라기를 꽂고 나왔다. 해바라기는 2008년 어머니날에 돌아가신 카이머의 어머니 리나가 가장 좋아한 꽃이었다.
어머니는 6년전 독일에서 열린 BMW 인터내셔널에서 카이머가 프로 데뷔 첫 승을 올린 직후 암으로 세상을 떠났다. 유럽투어에서 주로 뛰던 카이머는 2010년 메이저대회인 PGA 챔피언십을 제패하고 이듬해는 타이거 우즈(미국)를 제치고 세계랭킹 1위에도 올랐다. 2012년 네드뱅크 챌린지 우승 이후 침묵하며 지난주 세계랭킹 61위까지 떨어진 카이머는 이번 대회에서 합계 13언더파 275타를 기록, 짐 퓨릭(미국)을 1타차로 제치고 무려 4년만에 미국 무대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우승 상금은 180만 달러(약 18억5000만원).
카이머는 경기 후 “어머니는 우리 형제에게 언제나 사랑을 주셨지만 돌아가신 뒤에는 그 사랑을 받을 수 없었다”며 안타까워했다.
카이머는 14번홀까지 버디 3개를 낚으며 우승을 눈앞에 뒀지만 낙뢰 주의보로 1시간 30분 동안 경기가 중단된 뒤 리듬이 깨져 위기를 맞았다. 15번홀(파4)에서 더블보기를 적어냈고 17번홀(파3)에서는 티샷이 워터 해저드에 빠질 뻔 했다. 하지만 볼은 러프에 걸렸고 카이머는 10m 거리의 파퍼트를 성공시켜 위기에서 벗어났다.
2011년 이 대회 우승자인 최경주(44·SK텔레콤)는 이글 1개, 버디 7개, 보기 2개를 묶어 7타를 줄였으나 합계 7언더파 281타 공동 13위로 대회를 마쳤다. 최경주는 9번홀부터 14번홀까지 6개홀 연속 버디 행진을 벌이기도 했다. 한편 우즈의 결장으로 세계랭킹 1위에 오를 수 있었던 애덤 스콧(호주), 헨리크 스텐손(스웨덴), 버바 왓슨(미국), 맷 쿠차(미국) 등이 동반 부진, 1위는 여전히 우즈가 지키게 됐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서완석 국장기자 wssu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