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통영함 둘러싼 의혹 증폭… 핵심장비 4년 만에 적합→부적합 판정 “왜?”

[단독] 통영함 둘러싼 의혹 증폭… 핵심장비 4년 만에 적합→부적합 판정 “왜?”

기사승인 2014-05-12 22:42:00

[쿠키 정치] 군의 최첨단 구조함인 통영함이 세월호 침몰 현장에 투입되지 못한 배경으로 관급장비의 성능 부족 문제가 지적되면서 통영함 전력화를 둘러싼 논란이 증폭되고 있다.

특히 2009년 9월 방위사업청의 시험평가에서는 합격했던 장비들이 지난해 말 해군의 운용시험평가에서는 부적합 판정을 받은 배경도 의문이다. 관급장비가 제대로 작동했다면 통영함의 실전배치도 예정대로 진행됐을 것이라는 안타까운 지적도 나온다.

◇‘성능미달’ 장비 정부가 구해…관급 결정 위원장은 황기철 해참총장=방사청은 2009년 1월 통영함에 탑재될 여러 장비를 관급과 도급으로 분류하고 이를 의결했다. 관급장비는 총 44종으로 건조 업체에서 구매가 불가능하거나 관급으로만 확보 가능한 장비로 수중무인탐사기(ROV), 선체고정음파탐지기(HMS) 등이다. 방사청 백윤형 대변인은 “통영함의 경우 ROV와 HMS를 도급으로 하면 전력화 시기가 2년 정도 늦어져 관급으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해군 측도 “당시 건조 업체인 대우조선해양 측도 ROV와 HMS 도급에 자신이 없어 방사청에서 관급으로 하는 것이 좋다는 의견을 냈었다”고 전했다. 방사청이 임의로 두 핵심 장비를 관급으로 결정한 게 아니라는 해명이다.

공교롭게도 당시 회의는 황기철 해군참모총장이 방위사업청 함정사업부장으로 위원장을 맡아 진행했다. 황 총장은 당시 계급이 소장이었고, 나머지 군 참석자 6명은 대령이었다. 회의에서 관급으로 결정한 장비에 문제가 발생해 결과적으로 황 총장이 통영함 전력화 지연 논란 한가운데에 서게 된 셈이다.

◇방사청 구매시험평가 부실?=방사청은 핵심 장비가 관급으로 결정됨에 따라 2009년 8월부터 납품 업체 선정에 나섰다. 결국 ROV는 입찰을 붙여 미국 업체를 선정하고, HMS는 수의계약으로 미국 업체와 계약했다.

방사청은 그해 9월부터 10월까지 작전운용 성능, 군 운용 적합성, 전력화 지원요소 등으로 나눠 평가했다. 방사청은 당시 평가보고서에서 “세부 항목별 시험평가 결과에 대한 타당성 검토 결과 문제점이 없다”며 ‘전투용 적합’으로 판정했다. 하지만 지난해 해군의 시험평가에서 문제가 발생했다. 5차례 시운전한 HMS는 깊은 수심에서 표적에 대한 거리 오차가 컸다. ROV도 2회 시운전한 결과 초음파카메라의 영상은 보였지만 형상 식별이 불가능할 정도였다.

결국 지난해 12월 방사청은 두 가지 장비에 대해 ‘성능 미충족’이라는 결론을 내리고 통영함 인수를 보류했다. 새정치민주연합 김광진 의원은 “2009년 방사청의 구매 시험평가가 부실한 것인지, 아니면 해군본부의 운용 시험평가에서 문제가 있었던 건지 국방부의 해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업체와 해군 “인수해라” “안된다” 신경전=관급장비 말썽으로 통영함의 전력화가 미뤄지자 건조 업체인 대우조선해양은 지난달 일단 함정을 인수해 달라고 구두 건의했다. 자신들이 건조한 통영함 자체의 문제가 아니라 정부가 조달한 장비 문제이니 일단 인수해 전력화 훈련을 하라는 것이다. 하지만 방사청과 해군은 인수를 반대했다. ROV, HMS 결함이 함정 체계 연동과 연관됐을지 모르는 상황에서 통영함을 인수할 경우 논란이 더 불거질 수 있다는 입장이다.

통영함 인수는 결국 지난해 10월과 12월, 올해 3월 등 총 세 차례 지연됐다. 방사청은 올 9월에는 통영함을 넘겨받아 해군에 인도한다는 입장이지만 다시 보류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인수가 자꾸 연기되면 계약 분쟁이 발생할 수 있다. 실제 2012년 윤영하함의 경우 방사청은 건조 업체인 한진중공업이 납기를 지연했다며 123억원의 지체상금을 부과했다. 하지만 한진중공업은 “관급장비 문제로 납기가 지연됐다”며 123억원 탕감을 요구했고, 결국 방사청이 이를 받아들인 바 있다. 감사원이 ‘부당탕감’이라며 이를 지적해 재판까지 갔지만 법원은 한진중공업 손을 들어줬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임성수 정건희 기자, 최현수 군사전문기자 joylss@kmib.co.kr
김철오 기자
joyls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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