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투수 코치 후 5년 6개월간의 공백에도 불구하고 그가 다시 현장으로 돌아올 수 있었던 것은 2004~2005년 롯데 감독 시절 보여준 선수육성 능력이 높이 평가됐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그는 당시 이대호, 강민호, 장원준 등 신인급 선수들의 잠재력을 발견하고 그들을 과감하게 주전으로 기용, 오늘날 대선수로 성장하는데 도움을 줬다.
LG에서 그의 역할은 내후년을 내다본 팀 재건과 아울러 당장의 성적도 중요해 보인다. 지난해 정규리그 2위의 전력이 고스란히 남아있어 분위기만 타면 언제든지 상승세를 탈 수 있는 잠재력이 있다. 양 감독도 “성적과 팀 재건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좇겠다”는 말로 자신의 임무를 이해하고 있었다. 12일 현재 10승1무23패로 꼴찌지만 아직 정규리그는 100경기 이상이 남은 초반이다.
투수출신인 양 감독은 우선 자신의 전공인 배터리를 정상화하는데 가장 먼저 공을 들일 것으로 보인다. LG는 지난해 평균자책점 1위팀(3.72)이지만 올해는 외국인 선수 리즈가 떠났다고 하나 7위(5.11)로 추락한 것이 부진의 직접적인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양 감독은 투수보다 포수쪽의 부진에 더 큰 원인이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LG는 윤요섭, 최경철 등 두 명의 포수로 시즌을 치르고 있다. 지난해 활약했던 현재윤과 조윤준은 부상으로 재활 중이며 김재민이 2군 엔트리에 포함된 상태다. 2004년 롯데 시절 기라성 같은 선배들을 제치고 신인급이던 강민호를 키워 2005년부터 주전 포수로 기용했던 경험을 살려 2진급 포수들을 면밀히 살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선결과제인 배터리 정상화가 이뤄진다 하더라도 LG 전력이 급상승할 것으로 기대하는 것은 무리다. 양 감독 앞에는 코칭스태프 재편을 비롯, 전임 김기태 감독 사퇴의 빌미가 된 프런트와의 관계 설정 등 더 큰 일이 기다리고 있다. ‘머리는 좋은데 성적이 나지 않는 학생’에게 양 감독이 내릴 처방이 궁금해진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서완석 국장기자 wssu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