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많거나 형편이 넉넉한 것도 아닌데 지속적으로 봉사활동을 하고 있어 훈훈한 감동을 주고 있다.
지난 13일 오전 부슬부슬 봄비가 내리고 있는 전남 진도 팽목항 선착장 옆에 1평 반 남짓 규모로 세워진 천막 안에서 40대 남성 1명이 열심히 고기 패티를 굽고 있었다. 천막 안에는 ‘함께 버거’라는 작은 상호 아래 ‘세월호 가족과 슬픔을 함께 합니다’라는 문구가 쓰여 있었다.
그는 사고 사흘째인 지난달 18일 이곳에 내려와 지금까지 햄버거를 만들고 있다. 실종자 가족과 실종자를 찾으려고 바다 속에서 사투를 벌이고 있는 잠수사들에게 무상으로 제공하고 있다.
팽목항에서 ‘햄버거 아저씨’로 불리는 이 남성은 한사코 자신의 이름을 밝히지 않고 있다. 슬픔이 드리워져 있는 팽목항에서 자신의 봉사를 숨기며 실종자 가족들과 슬픔을 같이하려는 듯 보였다.
이 남성은 “슬픔을 함께 하는 모든 분께 햄버거를 드리고 싶지만 하루에 만들 수 있는 분량이 한정돼 있어서 안타깝다”면서 “이분들이 원하고 바라는 것을 위해 내가 할일이 무엇인지 고민하다가 기계와 재료를 트럭에 싣고 직접 내려왔다”고 말했다.
“하루 재료비가 100여만원이 들지만 가족분들의 슬픔과는 비교 할 수 없죠. 돈은 다음에 벌면 되잖아요. 지금은 이분들에 대한 작은 위로밖에 할 수 없다는 것이 안타깝습니다.”
경기도 가평에서 작은 수제버거집을 운영하고 있다는 이 남성이 하루에 만든 햄버거는 1000여개가 넘는다. 실종자 가족들과 바지선위의 잠수사 등에게 배달된다. 벌써 25일째다. 날짜로만 계산해도 어림잡아 2500여만원의 큰 돈이 들어가고 있는 셈이다. 그는 “실종자 가족들에게 햄버거를 가져다 드리면 “그분들이 잘 드셔주니까 정말 행복하다. 내가 그들에게 뭔가 해 줄 수 있다는 것이 무척 다행인 것 같다”고 말했다.
안산지역의 ‘착한 다람쥐 택시’도 계속 운영되고 있다.
이 봉사활동에 참여하고 있는 택시기사들은 개인택시 안산시 조합 소속 2000여명 가운데 무려 800여명이나 된다. 모두가 자발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이들은 안산과 시흥, 수원 등에 위치한 장례식장 16곳이나 임시분향소로 이동하는 유족들과 학생들을 무료로 태워주고 있다.
이들 가운데 일부는 실종자 가족들의 임시 거처인 전남 진도체육관과 팽목항을 비롯해 목포 등지에서 24시간 대기하다가 안산시 상황실의 무전 연락에 따라 유족을 태우고 안산까지 실어 나르기도 한다. 무려 400여㎞, 4시간 이상 소요되는 거리를 힘겨운 이들과 함께 내달리고 있는 것이다. 기름값과 고속도로 통행료 13만여원도 자신들 몫이다.
진도=국민일보 쿠키뉴스 김영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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