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원고 기초수급 21명 중 14명 사망… ‘상속특례법 이야기 왜 나오나’

단원고 기초수급 21명 중 14명 사망… ‘상속특례법 이야기 왜 나오나’

기사승인 2014-05-15 23:31:00
[쿠키 사회] 세월호에서 희생되거나 실종된 안산 단원고 학생 상당수가 기초수급생활자, 자활근로가정 등 소외계층 출신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중에는 한부모나 조손 가정 출신 학생도 있어 천안함에서 전사한 신모 상사의 경우처럼 보상금으로 인한 분쟁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온라인에서는 연락이 끊긴 부모가 보상금을 챙기지 못하도록 특례법 청원운동이 벌어지고 있다.

15일 보건복지부와 여성가족부에 따르면 세월호에 탑승한 단원고 학생 325명 중 21명이 기초생활수급자 가정 출신이었다. 이들 중 3분의 2인 14명이 희생됐다. 자활근로자 가정 출신 학생 3명은 모두 사망했다. 한부모 가정 출신 학생들은 전체 탑승자 중 19명으로 나타났다.

이번 사고로 사망한 A군 유가족은 장례를 끝내자마자 보상금 때문에 또 상처를 받고 있다. A군의
여행자보험을 접수한 보험사는 “사망진단서를 가져오면 보험금 1억원이 지급되지만 현재는 50% 밖에 지급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나머지 50%는 오래 전 집을 떠난 어머니 몫이다. 전액을 받으려면 어머니의 동의서와 인감증명서가 필요하지만 어머니와는 연락이 끊긴 상태다. A군 어머니는 7년 전 사업에 실패해 남편이 파산 선고를 받은 뒤 집을 떠났다. 그 뒤 가족은 기초수급비 100여만원으로 한 달 생계를 꾸려왔다.

이 소식을 들은 딸은 “죽으면 죽었지 한 푼도 어머니에게 가는 걸 볼 수 없다”며 격분했다. 가족은 전국을 수소문해 몇 년 전 강원도에서 어머니 행방을 알아냈다. 어렵게 찾아갔지만 정작 어머니 얼굴은 보지 못했다. 한 남성은 찾아온 자녀들에게 “‘자식이고 남편이고 필요 없으니 애들이나 잘 키우라’고 전하라 했다”고 말했다. 당시 초등학교 3학년이었던 A군과 누나는 마당에 풀린 경비견에 쫓겨 도망쳐 나왔다. 그 뒤로는 A군 가족이 어머니와 연락한 적은 한번도 없다.

A군은 어려운 살림에도 철이 일찍 들어 듬직한 아들이었다. 항상 반에서 3등 안에 들며 학교 성적도 상위권을 유지했고 교회 학생회 부회장을 맡을 만큼 리더십도 강했다. 아버지는 새벽마다 아들의 밥상을 차리며 조만간 듬직할 대학생이 될 아들의 모습을 마음속에 그리곤 했다. 하지만 사고 소식을 듣고 전남 진도 실내체육관으로 달려간 아버지 앞에 아들은 2주 만에 싸늘한 주검으로 돌아왔다. 지난 2일 장례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온 아버지는 대인기피증에 시달리고 있다.

A군 가족이 다니던 안산행복교회 박광수 목사는 지난 12일 다음 아고라에 “세월호 유가족을 위한 세월호상속특례법을 제안한다”고 청원을 올렸다. 그는 “이혼 후에도 자주 찾아 교류하는 등 신경을 썼다면 몰라도 자녀를 버리고 방치한 비정한 부모는 보상금을 받을 자격이 없다”고 썼다. 또 여러 법률단체에 자문도 구하고 있다.

박 목사는 국민일보와의 전화통화에서 “희생된 학생 중에는 부모 중 한 사람이 도망가거나 부모 없이 조부모가 대신 양육한 경우도 많다”며 “현행 상속법에 ‘자녀를 방치한 부모에게는 미성년자녀의 상속자로서의 자격을 박탈한다’는 조항을 넣어 자격 없는 부모가 보상금을 챙기는 일을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진도=조성은 기자

진도=국민일보 쿠키뉴스 조성은 기자 jse130801@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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