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다음달 대규모 검사 인력을 투입해 국민은행 전체에 대한 경영진단에 나설 예정이다. 잇따른 금융사고에 수차례 특별검사를 했으나 내부갈등까지 빚어지자 정밀 검사를 결정한 것이다. 특정 금융사의 전 분야에 걸친 검사는 이번이 처음이다.
내부 갈등은 국민은행이 기존에 사용하던 IBM 메인프레임을 유닉스 시스템으로 전환하려는 과정에서 노출됐다. 지난달 이사회는 시스템 교체 안건을 통과시켰으나 정병기 감사는 경쟁 입찰 없이 시스템 변경이 결정됐다는 등의 이유로 반론을 제기했다. 하지만 19일 이사회에서도 감사 의견서가 받아들여지지 않자 정 감사는 금감원에 특별검사를 요청했다.
문제는 시스템 교체 과정에 대한 이견 자체보다는 내부 갈등의 심각성이다. 사외이사들은 기획재정부 출신인 임 회장 입장을, 정 감사는 금융연구원 은행팀장·한국개발연구원 교수 등을 지낸 이 행장을 대변하는 형국이다. 두 사람 간 주도권 다툼이 이번 건으로 붉어졌다는 해석도 나온다.
KB지주 관계자는 “임 회장과 이 행장 사이에 갈등이 있는 것은 아니다”며 “그간 문제들이 많이 터져 서로 조심하려다보니 이렇게 된 것 같다”고 해명했다.
앞서 지난해 하반기부터 도쿄지점 부당대출, 국민주택기금 원리금 횡령, KB국민카드 고객정보유출, KE ENS 협력업체 사기대출 연루, 영업점 직원 허위 입금증 발부 등 일련의 사건이 터지면서 임 회장이 내부 통제를 제대로 하고 있는지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박은애 기자 limitle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