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준 ‘반값등록금 보다 장학금’ 발언에 교수들 “미개한 감수성”

정몽준 ‘반값등록금 보다 장학금’ 발언에 교수들 “미개한 감수성”

기사승인 2014-05-21 15:36:01


[쿠키 정치] 정몽준 새누리당 서울시장 후보의 ‘반값등록금이 대학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떨어뜨린다’ 발언에 대해 직접 당사자인 교수들이 먼저 반발하고 있다.

정 후보는 20일 대학생 기자들이 주최한 간담회에서 “(반값등록금이) 대학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떨어뜨리고 대학 졸업생에 대한 사회적 존경심을 훼손시킨다”고 말했다. 이어 “(반값등록금보다) 장학금을 더 주는 것이 좋은 방법”이라고 했고, “(반값등록금 때문에) 교수들도 연구비와 월급이 깎여 좋아하지 않더라”는 말도 했다.

하지만 이 발언에 대한 맹비판의 선봉에 선 자들은 공교롭게도 대학 교수들이다. 물론 이들은 새누리당 지지자가 아니어서 정 후보 지적대로 연구비와 월급에 불만이 있는지는 알 수 없지만,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최고 수준인 한국의 대학등록금에 대해 할 말이 많은 당사자들이기도 하다.

조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21일 트위터에 “1. 정몽준의 기준으로는 ‘미개국’인 나라 소개합니다”라며 “대학등록금 70만원도 비싸다며 완전 폐지한 독일”이라고 했다. 또 “2. 또 다른 ‘미개국’ 프랑스의 대학등록금은 25만원 정도”라고 했다. 정 후보 아들이 세월호 참사에서 언급했던 ‘국민 미개’ 발언을 굳이 떠올리게 했다.



조 교수는 또 “반값등록금이 실시되고 있는 서울시립대의 학생 및 학부모들이 당장 정몽준 후보에게 따져야합니다”라며 “아차하면 등록금이 두 배로 뜁니다”라고 호소하기도 했다. 서울시립대는 박원순 시장이 당선된 이후 전국에서 제일 먼저 반값등록금을 시작한 1호 대학이다.

역시 서울대 법대 교수인 한인섭 교수도 트위터에 “등록금 마련하러 휴학·알바·입대하는 대학생과 부모의 어려움을 한번도 느껴보지 못한 미개한 감수성!”이라고 썼다. ‘미개한’이란 형용사와 느낌표에 눈길이 간다.



경북 영주에 있는 동양대학교 교양학부에서 정교수로 봉직하고 있는 진중권 교수 역시 정 후보의 발언을 놓치지 않았다. 진 교수는 “대학이라는 게 서민들에게는 허리가 휘는 등록금의 문제라면, 정몽준 후보에게는 구치나 에르메스 같은 명품 브랜드로 여겨지는 거죠”라며 “이건 들어사는 세계가 다른 거라, 뭐 딱히 탓할 일은 못 됩니다. 피차 외계인이죠”라고 했다. 재벌 아들 출신인 정 후보는 다수 시민들과 대학을 보는 눈이 다를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사진=국민일보 쿠키뉴스 김태형 선임기자

글=국민일보 쿠키뉴스 우성규 기자 mainport@kmib.co.kr

우성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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