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문화] KBS가 안팎으로 심하게 흔들리고 있다. 언론노조 KBS본부(새노조)의 총파업 결정에 이어 KBS가 국민의 수신료로 사태를 해명하려 한다는 여론의 거센 비판에도 직면했다.
기자, PD 직군 중심으로 구성된 새노조가 KBS 길환영 사장의 사퇴를 요구하며 진행한 파업 찬반 투표에서 참여 조합원(1052명)의 94.3%(992명)가 찬성 의사를 밝혔다. 새노조는 23일 “결과에 따라 이르면 다음 주부터 파업에 돌입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 21일부터 3일간 진행된 이번 투표는 휴직자와 해외근무자 등을 제외한 전체 조합원(1131명)의 93.0%(1052명)가 참여했다. 기술직군 등 2500여명이 소속돼 있는 KBS 노동조합(제1노조)도 오는 27일까지 파업 찬반 투표를 이어가고 있어 다음주 중 KBS 방송 전체가 멈추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질 가능성도 커졌다.
새노조는 이와 함께 “길 사장이 수신료 8800여만원을 들여 자신을 지키려는 내용의 광고를 준비하는 것으로 드러났다”며 “광고를 하려면 국민의 수신료가 아닌 개인 돈으로 해야 할 것”이라고 강도 높게 비난했다. KBS는 26일자 일간지 6곳에 현 사태에 대한 광고를 실을 예정이다.
이에 대해 KBS 홍보실 관계자는 “수신료로 운영되는 KBS가 정상방송 되지 않자 이를 비판하는 시청자들의 반발이 거세다”며 “앞으로의 대책을 설명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고 공기관이 대국민 사과를 게재하는 사례는 특이한 것이 아니다”고 해명했다.
지난 19일부터 시작된 KBS 기자협회와 전국기자협회의 제작 거부에 이어 KBS PD협회도 이날 0시를 기해 제작 거부에 돌입했다. PD협회 관계자는 “총 848명의 협회원 중 605명이 제작 거부에 참여했다”며 “특히 경력 20년 이상의 고참 PD들이 대거 참여했고 CP 국장 부장 팀장 등 보직간부들도 힘을 보탰다”고 밝혔다. 스포츠국 부장급 간부 5명도 이날 보직에서 물러나 20일 앞으로 다가온 2014 브라질월드컵 중계에도 적신호가 켜졌다. 이들은 “시청자의 신뢰와 기대 없이 KBS 월드컵호는 출항할 수 없다”며 사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오전엔 KBS 기자협회, PD협회, 경영협회 등 7개 직능협회, 제1노조, 새노조가 서울 종로구 자하문로 청운효자동주민센터 앞에서 길 사장의 퇴진과 박근혜 대통령 사과를 요구하는 공동 기자회견을 가졌다. 이들은 “오늘까지 길 사장을 인정하지 않는다며 사퇴 의사를 밝힌 간부급이 270명을 넘어섰다”며 “뉴스가 완전히 멈출 우려가 현실화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 자리에서는 최근 사퇴한 임창건 전 보도본부장이 길 사장에게 “결단하지 않으면 뉴스가 멈출 수도 있다”고 말하자 길 사장이 “감수하겠다”고 말한 발언록도 공개됐다. 녹취파일도 공개할 예정이었지만 임 전 본부장의 반대로 무산됐다. 길 사장은 지난 21일 사내 담화를 통해 “뉴스가 멈춰도 된다고 말한 적이 없다”고 부인한 바 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미나 기자 min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