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경찰도…시각장애 할아버지 손잡고 휴대폰 찾아준 여수경찰

이런 경찰도…시각장애 할아버지 손잡고 휴대폰 찾아준 여수경찰

기사승인 2014-05-26 00:13:00
[쿠키 사회] 여름을 재촉하는 봄비가 부슬부슬 내리는 25일 오후 2시20분쯤 70대 할아버지가 전남 여수경찰서 동문파출소 현관문을 다급히 열고 들어왔다. 검은색 뿔테안경에 얇은 등산복 상의를 걸쳤고 한손에는 긴 스틱을 쥐고 있었다.

“스마트폰을 잃어버렸어요. 어제 산 건데, 어쩌면 좋아요.”

할아버지는 근무 중이던 동문파출소 신태주(58·경위) 3팀장에게 이렇게 호소하기 시작했다. 신 팀장은 할아버지를 진정시킨 뒤 자초지종을 꼼꼼히 물어봤다.

이 할아버지는 이종출(73)씨로 스틱에 의지해 길을 걷는 시각장애 1급이었다. 이씨는 걸어오다 전날 구입한 최신 스마트폰을 잃어버렸고, 앞이 보이지 않아 찾을 수 없는 상황이라 도움을 청하기 위해 무작정 파출소 문을 열고 들어왔다고 털어놨다.

신 팀장은 딱한 사정을 들은 뒤 주저하지 않고 이씨의 손을 이끌고 밖으로 나갔다. 파출소에서는 분실 신고가 들어오면 접수받아 사건을 경찰서로 넘기면 그만이지만 시각장애인인 이씨의 딱한 처지를 모른 채 할 수 없었다.

신 팀장은 휴대전화를 넣어뒀었다는 이씨의 상의 주머니가 터져 있는 걸로 미뤄 길바닥에 떨어졌을 것이라 판단했다. 한 손에는 우산을 받쳐 들고 다른 손은 이씨의 손을 꼭 잡은 채 이씨가 걸어왔던 여수해양공원(중앙동사무소~하멜 등대 길) 2㎞구간 인도를 샅샅이 뒤졌다. 이씨 휴대전화의 번호를 계속 눌러가며 30여분 동안 찾았지만 행방은 묘연했다. 빗줄기가 거세졌지만 신 팀장은 포기하지 않았다. 안절부절 못하는 이씨를 안심시킨 뒤 동료인 황선수(43) 경위에게 순찰차를 타고 와 달라고 부탁했다.

신 팀장은 황 경위와 이씨를 순찰차에 태운 뒤 걸어왔던 도로를 되짚어가며 다시 꼼꼼히 살피기 시작했다. 5분쯤 흘렀을까. 황 경위가 “어 저기, 저기”라고 외쳤다. 도로 가에 떨어져 비를 맞고 있는 휴대전화를 마침내 발견한 것이다.

이씨는 “이 휴대전화는 제게는 매우 소중하다. 비가 오는데도 마다하지 않고 이렇게 성심을 다해 찾아줘 고맙다”며 신 팀장에게 연신 감사해 했다.

이씨는 고마운 마음을 표시하고 싶어 수차례에 걸쳐 사례하려 했지만 신 팀장은 끝까지 손사래를 쳤다. 신 팀장은 “어려운 분을 돕는 건 우리 업무이고 당연한 일”이라며 “스마트폰을 찾고 좋아하시는 할아버지를 보니 저 역시 기쁘다”고 말했다.

여수=국민일보 쿠키뉴스 김영균 기자
ykk222@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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