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개발연구원(KDI)은 26일 ‘연령별 소비성향의 변화와 거시 경제적 시사점’ 보고서에서 기대 수명이 높아짐에 따라 은퇴 이후를 걱정하는 사람이 늘면서 전 연령층에서 소비성향이 감소하고 있다고 밝혔다. 2000년 이후 기대수명은 매년 평균적으로 0.45세씩 늘고 있다. 하지만 노동시장의 은퇴 시기는 좀처럼 연장되지 않기 때문에 대신 씀씀이를 줄이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전체 가구주 가운데 중간연령은 2003년 44세에서 2013년 48세로 높아지는 등 빠른 속도로 고령화가 진행 중이다. 그러나 이 기간 평균 소비성향은 78%에서 73%로 낮아졌다. 평균 소비성향이란 가계의 씀씀이를 보여주는 지표로 가계의 소비지출을 처분 가능한 소득으로 나누어 계산한다.
특히 대부분 직장생활을 마친 60~70대에서 이런 경향이 두드러졌다. 60대의 경우 평균 소비성향이 2003년 78%에서 2013년 70%로 10년 새 8% 포인트 낮아졌다. 70대는 같은 기간동안 94%에서 76%로 무려 18% 포인트나 떨어졌다. 20대가 1% 포인트(75%→74%), 30대 5% 포인트(76%→71%), 40대 3% 포인트(80%→77%) 하락한 것에 비해 상대적으로 고연령층에서 허리띠를 졸라 매는 현상이 두드러진 것이다.
권규호 KDI 연구위원은 “소비성향이 줄고 있는 현상은 은퇴 시점이 가까워질수록 뚜렷해지는 것으로 보인다”며 “60~70대 노인들은 10년 정도 쓸 생각으로 돈을 모았는데 앞으로 20년은 살 수 있을 것 같으니까 주머니를 쉽게 열지 못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중·장년 시절의 과도한 교육비 지출은 나이 먹은 뒤 소비 지출을 충분히 할 수 없도록 부추기는 주 요인으로 지목된다. 2003~2013년 평균을 냈을 때 국내 40대 가구주는 자녀 교육비로 처분가능소득의 14% 정도를 지출한다. 미국의 경우 40대 가구주의 평균 교육비 지출은 처분가능소득의 2.1% 정도다.
이번 조사 결과는 민간 소비가 부진한 데는 기대 수명 증가라는 구조적인 문제도 한몫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정부가 소비 활성화 대책을 마련할 때 단기적인 수요 진작의 관점보다 구조적인 대책에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구체적으로 은퇴시기를 늦추고 고령층의 경제활동 참가를 지원하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확산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세종=국민일보 쿠키뉴스 이용상 기자 sotong20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