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튀니지에 0대 1 패배

한국, 튀니지에 0대 1 패배

기사승인 2014-05-28 22:10:01
[쿠키 스포츠] ‘브라질월드컵 예방접종’은 따끔했다. ‘홍명보호’의 공격은 무뎠고, 수비는 헐거웠다. 안방에서 뚫린 홍명보호는 무릎을 꿇었다. 한국축구의 수비 키워드는 ‘공격적인 압박’이다. 그러나 ‘알제리전 모의고사’에선 공격적인 압박을 찾아볼 수 없었다. 한국축구의 장점인 조직력도 실종됐다. 한국 선수들은 순진하고 얌전한 축구를 했다. 홍명보 감독은 국내 마지막 평가전에서 많은 숙제를 떠안았다.

28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한국과 북아프리카의 강호 튀니지와의 국내 마지막 A매치 평가전. 한국은 0대 1로 패했다. 그러나 경기장을 찾은 5만7000여 명의 팬들은 실망하지 않고 경기 후 열린 출정식에서 2014 브라질월드컵에서 사상 첫 원정 8강 진출을 위해 30일 장도를 떠나는 태극전사들을 격려했다.


홍 감독은 주전 멤버를 대거 선발 기용했다. 원톱 스트라이커로는 박주영이 선발로 나섰다. 구자철(마인츠)은 섀도 스트라이커로 박주영의 뒤를 받쳤다. 좌우 날개로는 손흥민-이청용 조합이 호흡을 맞췄다. 중원 사령관으로는 부상에서 회복한 지 얼마 안 된 기성용이 나섰다. 포백 수비라인은 윤석영-홍정호-김영권-이용이 지켰다.

‘가상 알제리’인 튀니지는 아프리카 지역 예선 6경기에서 13골을 넣을 만큼 공격력이 좋은 팀이다. 튀니지는 북아프리카의 강호답게 전력이 탄탄했다. 자기 진영에 잔뜩 웅크리며 수비에 치중하다 역습 땐 과감하게 치고 나왔다. 한국은 섣불리 맞불을 놓지 않고 기회를 엿봤다. 그러나 패스는 끊겼고, 문전에선 상대의 장신 수비수들에게 막혔다. 한국은 튀니지 배후를 제대로 공략하지 못했다. 공격 루트도 단조로웠다. 원톱 박주영은 예전의 위력적인 플레이를 펼쳐 보이지 못했다.

전반 14분 아쉬운 장면이 나왔다. 구자철이 상대 문전 정면에서 이용의 패스를 받아 강력한 왼발슈팅을 날렸으나 공은 골대 오른쪽으로 살짝 빗나갔다. 구자철은 폭넓게 움직이며 동료들과 연계 플레이를 시도했다.

한국의 공격이 조금씩 살아난 반면 수비는 오프사이드 트랩이 뚫리는 등 불안한 모습을 보였다. 그동안 홍명보호 수비진은 대인마크가 헐겁고, 위치 선정이 좋지 않아 마크맨을 놓치는 경우가 많다는 비판을 받았다. 이날도 수비진은 우격다짐으로 밀고 들어오는 튀니지 선수들을 몇 차례 놓치는 아찔한 장면을 연출했다. 전반 42분엔 상대에게 공간을 내줘 야하에게 유효슈팅을 허용했다. 1분 후엔 페널티지역 정면에서 다우아디에게 돌파에 이은 왼발 슈팅을 허용해 선제골을 내주고 말았다.


전반 30분이 되자 선수들은 숨을 돌리며 물을 마셨다. ‘쿨링 브레이크’였다. 브라질월드컵에선 폭염 속에서 경기를 하는 선수들을 보호하기 위해 체감 온도 지수가 32℃ 이상이면 전·후반 30분쯤 몸을 식히는 휴식 시간이 주어진다.

0-1로 뒤진 채 시작된 후반. 한국은 적극적인 공세를 폈다. 그러나 알제리의 수비는 흔들리지 않았다. 후반 15분 홍정호가 상대 선수에게 백태클을 당해 발목을 다쳐 들것에 실려 나왔다. 홍 감독은 홍정호와 주장 구자철을 빼고 곽태휘와 이근호를 투입하는 승부수를 던졌다. 그러나 경기 흐름은 달라지지 않았다. 공의 흐름은 여전히 뻑뻑했다. 홍 감독은 후반 손흥민, 박주영, 기성용, 이청용을 빼고 김보경, 김신욱, 하대성, 지동원을 넣으며 테스트를 계속했다.

한국은 역습 기회를 맞아도 재빨리 공격을 전개하지 못하고 머뭇거렸다. 새로운 공격 루트를 개척하지 못한 한국의 공격은 무력했다. 후반 추가시간 하대성이 날린 회심의 슈팅은 골대를 외면했고, 경기는 그대로 끝났다. 전체적으로 한국 특유의 투혼을 찾아볼 수 없었던 경기였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태현 기자 taehyu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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