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갑 직구에 호흡기는 돌려쓰고” 대한민국 파이어 파이터들의 현실

“장갑 직구에 호흡기는 돌려쓰고” 대한민국 파이어 파이터들의 현실

기사승인 2014-05-29 15:56:00

[쿠키 사회] 목숨을 걸고 불 속으로 뛰어드는 소방관들이 나라에서 장갑을 제때 지급받지 못해 외국사이트에서 ‘직구(직접구매)’한다는 증언이 또다시 나왔다. 화재 속 질식사를 막아주는 공기호흡장비는 입에 대는 것인데, 소방대원 2명이 1개로 돌려쓴다는 전언이다. 경기도 고양버스터미널과 전남 장성 요양병원 화재, 서울지하철 도곡역 방화 사건 등으로 용감한 ‘파이어 파이터’들이 주목받고 있지만, 현실은 이렇다.

이름을 밝히지 않은 익명의 현직 소방관은 29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나왔다. 그는 “현직 소방관들 중에 장비가 충분하다고 느끼는 사람은 단 한 사람도 없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먼저 장갑에 대해 말했다. 소방관은 직구를 할 수 밖에 없는 이유에 대해 “서울이나 부산 같은 경우는 장비가 잘 지급되는 편인데도, 방화복 한두 벌에 장갑 한 벌 정도를 몇 년에 걸쳐서 주는데”라며 “장갑 같은 경우는 화재가 자주 나면 6개월, 7개월이면 거의 다 해지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그는 “(지급되는 장갑이) 1년에 한 짝도 아니다”라며 “거의 2~3년, 열악한 데는 한 5년에 한 번 정도씩”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시·구별로 하루에 두세 시간에 한 건 별로 화재가 나는 편”이라며 “그렇게 따지면 1년에 최소한 장갑 두 벌은 필요하다”고 했다. 이어 “작업을 하다 보면 유리창 깨는 경우가 많은데, 불을 빨리 끄기 위해서, 그러면 장갑 속에 유리파편이 들어가거나 하면 그 불을 진화한 후에 또 다른 현장에 나가야 되는데 그 손상된 장갑이나 장비들을 제대로 다 처리하지 못하고 새 것을 껴야 되는데 그럴 여유가 전혀 없다”고 말했다.

공기호흡기도 슬프다. 소방관은 “몇 년 전에 구조자들한테 자기 호흡기를 주고 참으면서 순직한 분이 있었다”라며 “그때는 호흡기가 너무 부족했는데, 다행히 그 사건이 언론에 많이 노출되면서 공기호흡기는 그나마 1인당 하나씩 거의 지급된다”고 했다. 이어 “모자라도 2명이서 하나를 교대해서 쓸 수 있을 정도”라며 “어차피 화재 현장에 들어가면 한 20~30분 활동하면 지쳐가지고 더 이상 하기 힘들다. 그러면 잠깐 쉬는 동안에 다른 사람이 들어갈 수 있으니까 그 정도는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고 했다.

중요한 것은 방화장비라고 했다. 이 소방관은 “그런데 방화장비 같은 경우는 1인당 하나씩 지급이 안되면 실질적으로 자신한테 생명의 위협이 되니까 그런 부분이 좀 심각한 것”이라며 “창피한 예기지만 서로 장비가 부족하다 보니까 가끔 남의 것을 가져가는 분들도 있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소방차량 가운데 전국 평균 5대 중 1대는 이미 폐차시켜야 되는 차”라거나 “(소방차가 작아) 2분 3분이면 물을 다 쓸 수밖에 없다”고도 했다. 다른 대원의 장비를 급하게 가져가면서 부끄러움을 느끼는 소방대원, 그들은 대한민국에서 목숨걸고 일하는 죄 밖에 없다.

사진=국민일보DB

국민일보 쿠키뉴스 우성규 기자 mainport@kmib.co.kr
우성규 기자
mainport@kmib.co.kr
우성규 기자
이 기사 어떻게 생각하세요
  • 추천해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추천기사
많이 본 기사
오피니언
실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