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문화] 지팡이가 달린 망치와 곡괭이(사진), 물고기와 사랑니를 매단 풍선, 뿌리째 옮겨진 거대한 나무, 살아있는 것 같은 박제된 물고기. 서울 종로구 팔판동 갤러리 인에서 5월 29일부터 6월 21일까지 개인전 ‘시소(SEESAW)’를 여는 김명범(38) 작가의 작품들이다.
작가는 왜, 무엇을 얘기하려고 이런 작품을 만들었을까. 전시를 앞두고 만난 작가는 “작품을 통해 우리 사회의 다의성을 보여주고 싶었다. 보는 이로 하여금 많은 질문을 끌어낼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작가는 커다란 졸참나무를 이용해 ‘시소’를 만들었다. 실제로 놀이터에 있는 시소처럼 좌우로 움직일 것 같다. 생명을 암시하는 것이다.
왕성한 성장 활동을 했을 것 같은 나무가 베어져 삶을 마감하고 시소로 재탄생하며 삶과 죽음을 순환의 상태로 치환한다. 그는 “작가로 생활하면서 중심을 잡지 못하고 뒤뚱거리는 내 현실을 담고 있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예술가로서 갖는 삶에 대한 고민은 작품 곳곳에 표현됐다. 삽과 망치, 곡괭이와 연결된 나무 지팡이는 손이 가미되고 열정이 들어가는 노동을 하는 자신의 모습을 상징하고 있다. 풍선에 매달린 사랑니는 이가 빠지면 지붕 너머로 던지던 옛 기억을 떠올린 작품이다.
작가는 “친구들을 만나면 아직도 작업하고 있느냐고 묻곤한다”며 “나는 아직도 이런 걸 던지고 싶은, 풍선에 띄우고 싶은 욕망이 있다”고 말했다. 꼬인 밧줄의 윗부분이 마치 지팡이 모양의 크리스마스 사탕처럼 색칠된 작품은 달콤하지만 꼬여 있는 밧줄 같은 느낌의 현실을 은유한다(02-732-4677).
국민일보 쿠키뉴스 이광형 선임기자 g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