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문화] 강원도 원주의 한솔 오크밸리에 가면 특별한 예술세계를 관람할 수 있다. 지난해 5월 개관한 한솔뮤지엄의 새 이름 ‘뮤지엄 산’에서 열리는 전시와 각종 이벤트가 그것이다. 개관 7개월 만에 유료 관람객 7만명이 방문하는 등 ‘슬로우 뮤지엄’으로 인기를 끄는 뮤지엄 산이 개관 이후 두 번째 전시를 9월 14일까지 ‘진실의 순간: 한국화와 판화’ 전을 연다.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주의 맏딸인 이인희 한솔그룹 고문이 40여년간 수집한 컬렉션의 일부로, 한국화와 판화를 중심으로 선보인다. 작가 40여 명의 작품 150여 점이 소개된다. 전시에서는 섬세한 메조틴트 기법으로 풀밭 위에 놓인 바이올린과 손수건, 의자 등 일상적인 소재를 초현실적이면서도 서정적으로 표현하는 황규백의 판화 등을 만나볼 수 있다.
목판의 소박함 속에 민중의 정서를 담아낸 오윤의 작품과 박수근 특유의 마티에르(질감)가 묻어나오는 사후 제작 판화, 여인의 결혼과 출산 과정을 계절의 변화에 빗댄 최영림의 1961년 국전 출품작 ‘계절’ 등도 선보인다. 프랑스 서정시인 미쉘 뷔토르의 시가 자필로 적혀 있는 이성자의 시판화집, 한국의 선(禪)을 소개한 장욱진의 시판화집도 눈길을 끈다.
한국화 작품으로는 ‘문자추상’을 비롯한 고암 이응노의 작품 14점을 만나볼 수 있다. 가로 길이가 4m에 달하는 변관식의 ‘무창춘색(武昌春色)’이 국내에서 처음으로 공개된다. 나지막한 산등성이 사이로 소나무와 도화나무가 자리해 무릉도원을 연상시키는 작품이다.
이와 함께 ‘빛의 작가’ 제임스 터렐의 이름을 딴 제임스 터렐관이 5개월간의 작품 보수 공사를 마치고 재개관했다. 2차원과 3차원을 넘나들며 빛으로 소통하는 터렐의 작품 ‘간츠펠트(GANZFELD)’와 ‘웨지워크(WEDGEWORK)’ ‘호라이즌(HORIZON)’ ‘스카이스페이스(SKYSPACE)’ 등 네 점을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다.
지난 5월 22일에는 자연요리연구가 임지호씨를 초청해 ‘방랑식객의 캔버스 맛보기’라는 주제로 요리와 그림이 함께 하는 색다른 행사를 개최했다. 뮤지엄 멤버십 회원 40명을 대상으로 한 이번 행사는 ‘Museum One Day Picnic’의 일환으로 Museum SALON TALK, 티타임, 판화공방체험 등 문화 경험 제공의 목적으로 진행됐다.
뮤지엄 웰컴센터 연회장에서 진행된 Museum SALON TALK는 방랑식객으로 잘 알려진 자연요리연구가이자 국내외에서 다수의 전시회를 가진 산당 임지호의 강연을 통해 그동안 그가 꾸려온 삶, 요리, 예술에 대한 철학을 공유하는 시간을 가졌다. 산당은 ‘영혼의 쉼터’인 그림 이야기로 출발해 음식과 몸, 생각, 자연에 대한 무궁무진한 이야기를 다채롭게 풀어냈다.
“음식에는 모든 것이 담겨 있다”고 말문을 연 임지호는 다른 나라의 음식 질서를 소개하며 각 민족의 철학이 곧 음식이며, 음식에는 삶의 오랜 노하우가 담겨 있음을 설명했다. 일본 음식은 철저한 법과 틀을 지키며, 프랑스 음식은 재료를 완벽하게 해체해서 다시 탑을 쌓듯이 만드는 반면에, 한국 음식은 틀이 있으되 그것에 연연하지 않는 자연이자 자유라는 것이다.
강연 후에는 멤버십 회원들에게 칡순과 찔레꽃을 이용한 세 가지 생선 요리를 선보이며 시식을 통해 멤버십 회원들의 뜨거운 호응과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멤버십 회원들은 직접 산당이 요리하는 과정을 지켜보면서 자유롭게 대화를 나누면서 요리와 삶에 대한 생각을 주고받았다. 행사에 참여한 멤버십 회원들은 “오감이 만족한 알찬 시간”이라고 말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이광형 선임기자 g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