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사회] 소방방재청이 정부의 조직 개편에 따라 신설 예정인 국가안전처로 흡수되면서 사실상 해체될 것이라는 소식에 반대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행정 중심의 조직이 재난상황에서 일선 소방관들을 지휘할 경우 부작용만 초래할 것이라는 우려다. 인터넷에서는 소방방재청 해체에 반대하는 청원이 뜨거운 반응을 이끌어내고 있다.
29일 오후 2시 현재 인터넷 포털 사이트 다음 아고라 게시판에서 진행 중인 ‘소방 해체를 막아주십시오’라는 제목의 청원에는 3만5500명의 네티즌이 참여했다. 11만9000명의 서명을 목표로 지난 28일부터 이 청원을 시작한 네티즌은 자신을 ‘현장에 있는 소방관’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비정상적인 상황들이 벌어져 글을 쓴다. 비정상의 정상화라고 하지만 소방 조직은 비정상의 지속화로 가고 있다”며 “대구지하철 화재가 발생한 2004년에 재난전담 기구로 소방방재청이 신설됐다. 당시에는 부족한 인력과 장비에 대한 이야기가 없어질 것이라고 했지만 10년이 지난 지금도 소방당국의 이미지는 ‘노후 장비’ ‘부족한 인력’ ‘매 맞는 소방관’으로 대변되고 있다”고 적었다.
이어 “국가안전처 신설에 대해 기대를 하지 않지만 이건 해도 너무하지 않은가. 소방당국이 도대체 무슨 잘못을 했기에 이러는 것인가. 행정직 관료에게 소방당국은 취임식에서 의자를 닦는 소방관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가”라고 반문한 뒤 “안전행정부에서 안전의 영문이 ‘세이프티(Safety)’가 아닌 ‘시큐리티(Security)’로 사용되는 점만으로도 정부와 국민이 생각하는 안전에 대한 인식이 얼마나 다른지 알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가 최근 발표한 2기 내각의 조직 개편에서 국가안전처는 소방방재청과 해양경찰청의 기능을 흡수한다. 정부 조직은 지난해 출범 당시의 17부 3처 17청에서 17부 5처 16청으로 몸집이 커진다. 반면 소방방재청은 차관급인 청에서 1급인 본부로 강등될 가능성이 높다. 안전행정부의 안전관리본부가 국가안전처로 편입될 경우 벌어지는 상황이다. 이 경우 소방당국이 행정 중심의 조직에서 지휘를 받을 가능성이 있다. 해경의 경우 박근혜 대통령이 대국민담화를 통해 해체를 선언했지만 소방방재청의 운영 계획은 결정되지 않았다.
청원 글을 작성한 네티즌은 “국가안전처장이나 차장에 현장 경험이 풍부한 소방관을 임명하고 지휘할 수 있도록 조치해 달라”고 촉구하면서 “나라의 안전 상황을 보면 그 나라의 품격을 알 수 있다고 한다. 국가안전처는 소방당국을 재난전문 조직으로 인정하는 것에서 출범해야 할 것”이라고 호소했다.
이 네티즌의 청원에는 자신을 소방관이라고 소개한 다른 네티즌의 주장이 이어졌다. “세월호 침몰 참사 등 국가적 재난마다 행정직 관료는 소방관에게 책임을 묻는다” “관료들은 소방관에게 노후한 장비를 던져주고 불난 곳으로부터 멀리 떨어져 뒷짐만 지고 있다”는 의견이 줄을 이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