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로 살던 장애인이 지난달 31일 화재로 사망한 데 이어 홀어머니가 자리를 비운 사이 호흡기에 이상이 생겨 뇌사상태에 빠졌던 중증장애인이 1일 결국 숨을 거뒀다.
지난 2월 ‘송파 세모녀 사건’을 계기로 사회취약계층을 위한 안전망 대책이 강화됐다고 하지만, 장애인들은 여전히 제도의 ‘사각지대’ 속에서 신음하고 있다.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총연합회(한자연)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2시50분 사망한 1급 지체장애인 오지석(32)씨는 간병하던 홀어머니가 병원에 가기 위해 집을 비운 사이 변을 당했다.
근육장애를 앓는 오씨는 24시간 도움이 필요한 호흡기를 사용했다.
그러나 홀어머니가 계시다는 이유로 특례시간 적용이 안 돼 정부 118시간, 서울시 100시간, 송파구 60시간 등 매달 278시간(하루 평균 9시간)만 보조를 받을 수 있었다.
나머지 15시간은 홀어머니가 보살폈지만 지난 4월 16일 어머니가 외출한 사이 호흡기가 빠지는 바람에 의식불명이 됐고 47일 만인 이날 오전 2시50분 세상을 떠났다.
지난달 31일 새벽 화재로 목숨을 잃은 서모(55)씨도 복지 사각지대에 놓여 있었다.
일용직 근로자였던 서씨는 2012년 2월 뇌경색 수술 후 뇌병변장애 4급 판정을 받았다.
지난 3월부터는 치매 증상까지 나타나 치매지원센터에 다녔고 정신과 상담도 받았다.
서씨의 한 달 수입은 기초생활수급자 생계비, 장애수당 등 48만원이 전부였다.
끼니는 인근 사회복지관에서 매일 배달되는 밑반찬과 정부에서 지원되는 쌀로 해결했다.
그는 요양원에 입원하기 위해 건강보험공단에 요양등급 심사를 신청했지만, 주변에서는 4급 장애로는 요양원에 들어가기 어렵다는 이야기가 들렸다.
그러던 중 서씨는 지난달 31일 월세 방에서 난 화재로 세상을 떠났다.
경찰은 서씨가 올해 두 차례에 걸쳐 자신의 침대에 불을 붙인 적이 있다는 지인의 말 등을 토대로 정확한 화재 원인을 조사 중이다.
정부는 송파구에 살던 세 모녀가 생활고를 견디지 못해 동반자살한 사건을 계기로 지난달 14일 현장 복지 공무원을 6000여명 늘리고 각 지역 통장들이 노인·장애인 등을 직접 살피는 ‘복지 사각지대 발굴 및 지원 종합대책’을 내놓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장애인 단체들은 복지 사각지대가 여전히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박경석 장애인차별철폐연대 대표는 “스스로 생활하는 장애인에게는 24시간 활동보조서비스를 붙여달라고 정부에 요구했지만 들어주지 않았다”며 “현실에 맞는 보조나 지원이 없다면 이런 사고는 되풀이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최영경 기자 ykcho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