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얼굴의 정부를 어찌 믿겠나…문인 754명 세월호 참사 관련 시국선언

두 얼굴의 정부를 어찌 믿겠나…문인 754명 세월호 참사 관련 시국선언

기사승인 2014-06-02 22:30:00
[쿠키 문화] 문인 754명이 2일 세월호 참사와 관련, ‘우리는 이런 권력에게 국가개조를 맡기지 않았다’는 시국선언문을 2일 발표했다. 소설가 현기영, 황석영, 문학평론가 황현산, 시인 천양희 등 문인 6명은 서울 마포구 양화로 인문카페 창비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생명과 존엄을 외치는 국민들의 분노를 진압하고 통제하는 권력을 우리는 더 이상 허용할 수 없다”며 “참사를 잊지 않고 우리 사회의 공공성을 되찾는 일이야말로 가장 시급한 대책”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진도 앞바다에서 세월호가 침몰한지 한달, 우리는 우리의 삶이 얼마나 위험하고 무례한 기반 위에 서 있는지 절실히 깨닫는 중”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권력은 언제나 우리 편이 아니었다”며 “국민의 생명이 위기에 처한 가장 급박한 순간조차도 정권은 생명보다 자본의 이윤을 먼저 고려했고 안전보다 정권의 유지에 연연했다”고 비판했다.

또 박근혜 대통령의 사과와 재발방지 약속에 대해서도 “믿을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은 “정부가 나서서 국민의 알 권리를 막았을 뿐 아니라 유가족들의 항의와 요구를 경찰병력을 동원해 진압했기 때문”이라며 “앞에서는 눈물을 흘리고 돌아서서 통제와 억압을 진두지휘하는 두 얼굴의 정부를 어찌 믿을 수 있겠느냐”고 되물었다.

문인들은 “정권의 안위가 아니라 위임받은 권력의 책임에 민감한 정부를 원한다”며 “이 정부를 허용하고 방임한 책임이 우리에게도 있음을 자인하며 그 책임을 감당하기 위해 정부의 책임을 묻겠다”고 말했다.

이들은 “인간에 대한 예의를 위해서라면 피 흘리는 걸 두려워하지 않겠다”며 “현 정부에게 국민의 이름으로 다음과 같이 명령한다”고 6개 조항을 발표했다. 세월호 참사의 진실을 유가족과 사회 구성원의 힘으로 밝히는 데 협조할 것, 생명을 죽이는 모든 정책과 제도를 해체할 것, 공공재와 공유지를 정부가 나서서 보호할 것, 정치 권력과 관료 사회에 누적된 부정과 부패와 거짓을 낱낱이 단죄할 것, 거리와 광장에서 경찰을 모두 철수시킬 것, 그리고 이 명령을 지체없이 따를 것이다.

이번 선언에는 백낙청 서울대 명예교수 등 원로들과 공지영 김연수 은희경 하성란 등 주요 작가들이 참여했다. 문인들의 시국선언은 2009년 6월 ‘이명박 정부의 독재 회귀를 우려하는 문학인 시국선언’ 이후 5년만이다.

김나래 기자 narae@kmib.co.kr 사진=한국작가회의 제공
김나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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