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은 인선을 발표하면서 “문 내정자는 소신있고 강직한 언론인 출신”이라며 “그동안 냉철한 비판의식과 합리적 대안을 통해 우리 사회의 잘못된 관행과 적폐를 바로잡기 위해 노력해온 분”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실제로 문 내정자가 쓴 글 중에서 한 때 정치권에서 회자됐던 칼럼이 있습니다. 그가 2011년 4월 ‘박근혜 현상’이란 제목으로 썼던 글입니다. 새누리당 전신인 한나라당이 집권 여당이던 시절로, 당시 잠재적 대권 주자였던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의 ‘한 마디 정치’가 위력을 발휘하던 때입니다. 대권주자로서 행보를 자제하던 박 전 대표가 이명박 대통령이 추진하는 정책에 반대 입장을 밝힐 때마다 논란이 커지곤 했지요. 특히 2011년 3월엔 박 전 대표가 정부의 동남권신공항 백지화 방침에 대해 “국민과의 약속을 어겨 유감스럽다. 동남권신공항은 계속 추진돼야 한다”고 발언해 정부 여당이 발칵 뒤집히기도 했습니다.
문 내정자는 당시 칼럼에서 이렇듯 각종 이슈가 터질 때마다 국회의원들과 언론이 박 대통령의 입만 쳐다보며 쫓아다니는 모습을 ‘박근혜 현상’으로 규정하고 우려를 표합니다.
“그녀는 자기주장을 논리적으로 자세히 설명하지도, 기자회견을 통해 발표하지도 않는다. 그저 몇 마디 하면 주변의 참모가 이를 해석하고, 언론은 그것을 대서특필한다. 휘장 안에 있는 그녀가 신비하기 때문일까? 자유인인 지금도 이럴진대 만약 실제 권력의 자리에 들어서면 어떻게 될까? 누가 감히 그 휘장을 벗기고 그녀의 진짜 모습을 볼 수 있겠는가? 동화 ‘오즈의 마법사’처럼 휘장 안의 마법사를 우리 스스로가 만들고 있는 것은 아닌가. (중략) 민주주의는 투명해야 한다. 국민의 대표가 되기 위해서는 먼저 그녀 스스로가 휘장 속으로 걸어 나와야 한다.”
당시 박 전 대표의 소통 방식에 불만스러워하던 여당 의원들 중 적잖은 수가 문 내정자의 칼럼에 동감을 표했습니다.
그로부터 3년 뒤, 그는 누구도 예상치 못한, 헌정 사상 최초의 기자 출신 총리 후보자의 자리에 올랐습니다. 그의 칼럼 이후에도, 무엇보다 대통령 자리에 오른 뒤에도 박 대통령은 여전히 ‘불통’이라는 이야기를 듣고 있습니다. 과연 문 내정자는 박 대통령에게 ‘직언’하는 총리가 될 수 있을까요?
그는 당시 칼럼을 “언론도 누가 되었든 휘장 안의 인물을 신비롭게 조명할 것이 아니라 휘장을 벗기고 국민이 실체를 볼 수 있게끔 해야 한다. 의원들은 국민이 위임한 각자의 권한을 제대로 행사하는 대표자가 돼야지 권력의 향방만 좇을 일이 아니다. 내실 있는 민주주의를 만들기 위해서다”라고 마무리했습니다. ‘내실 있는 민주주의를 위해’ 문 내정자는 휘장을 벗기고 국민에게 대통령의 실체를 보여주는 총리가 될 수 있을지 정말 궁금합니다.
김나래 기자 nar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