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쿡기자]박 대통령 향해 "휘장 속에서 걸어나오라"고 했던 문창극"

"[친절한 쿡기자]박 대통령 향해 "휘장 속에서 걸어나오라"고 했던 문창극"

기사승인 2014-06-10 15:16:55
박근혜 대통령이 10일 문창극 전 중앙일보 주필을 총리 후보자로 깜짝 내정했습니다. 문 전 주필은 서울대 정치학과를 졸업한 뒤 중앙일보 등 언론에 30년 이상 몸담았던 인물입니다.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은 인선을 발표하면서 “문 내정자는 소신있고 강직한 언론인 출신”이라며 “그동안 냉철한 비판의식과 합리적 대안을 통해 우리 사회의 잘못된 관행과 적폐를 바로잡기 위해 노력해온 분”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실제로 문 내정자가 쓴 글 중에서 한 때 정치권에서 회자됐던 칼럼이 있습니다. 그가 2011년 4월 ‘박근혜 현상’이란 제목으로 썼던 글입니다. 새누리당 전신인 한나라당이 집권 여당이던 시절로, 당시 잠재적 대권 주자였던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의 ‘한 마디 정치’가 위력을 발휘하던 때입니다. 대권주자로서 행보를 자제하던 박 전 대표가 이명박 대통령이 추진하는 정책에 반대 입장을 밝힐 때마다 논란이 커지곤 했지요. 특히 2011년 3월엔 박 전 대표가 정부의 동남권신공항 백지화 방침에 대해 “국민과의 약속을 어겨 유감스럽다. 동남권신공항은 계속 추진돼야 한다”고 발언해 정부 여당이 발칵 뒤집히기도 했습니다.

문 내정자는 당시 칼럼에서 이렇듯 각종 이슈가 터질 때마다 국회의원들과 언론이 박 대통령의 입만 쳐다보며 쫓아다니는 모습을 ‘박근혜 현상’으로 규정하고 우려를 표합니다.

“그녀는 자기주장을 논리적으로 자세히 설명하지도, 기자회견을 통해 발표하지도 않는다. 그저 몇 마디 하면 주변의 참모가 이를 해석하고, 언론은 그것을 대서특필한다. 휘장 안에 있는 그녀가 신비하기 때문일까? 자유인인 지금도 이럴진대 만약 실제 권력의 자리에 들어서면 어떻게 될까? 누가 감히 그 휘장을 벗기고 그녀의 진짜 모습을 볼 수 있겠는가? 동화 ‘오즈의 마법사’처럼 휘장 안의 마법사를 우리 스스로가 만들고 있는 것은 아닌가. (중략) 민주주의는 투명해야 한다. 국민의 대표가 되기 위해서는 먼저 그녀 스스로가 휘장 속으로 걸어 나와야 한다.”

당시 박 전 대표의 소통 방식에 불만스러워하던 여당 의원들 중 적잖은 수가 문 내정자의 칼럼에 동감을 표했습니다.

그로부터 3년 뒤, 그는 누구도 예상치 못한, 헌정 사상 최초의 기자 출신 총리 후보자의 자리에 올랐습니다. 그의 칼럼 이후에도, 무엇보다 대통령 자리에 오른 뒤에도 박 대통령은 여전히 ‘불통’이라는 이야기를 듣고 있습니다. 과연 문 내정자는 박 대통령에게 ‘직언’하는 총리가 될 수 있을까요?

그는 당시 칼럼을 “언론도 누가 되었든 휘장 안의 인물을 신비롭게 조명할 것이 아니라 휘장을 벗기고 국민이 실체를 볼 수 있게끔 해야 한다. 의원들은 국민이 위임한 각자의 권한을 제대로 행사하는 대표자가 돼야지 권력의 향방만 좇을 일이 아니다. 내실 있는 민주주의를 만들기 위해서다”라고 마무리했습니다. ‘내실 있는 민주주의를 위해’ 문 내정자는 휘장을 벗기고 국민에게 대통령의 실체를 보여주는 총리가 될 수 있을지 정말 궁금합니다.

김나래 기자 narae@kmib.co.kr
김나래 기자
narae@kmib.co.kr
김나래 기자
이 기사 어떻게 생각하세요
  • 추천해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추천기사
많이 본 기사
오피니언
실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