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쿡기자] 우리나라를 방문한 이스라엘 모델이 인종차별적 행동으로 공분을 사고 있습니다. 이번에도 눈매를 가늘게 만든 동아시아인 묘사가 비하의 목적으로 해석되면서 우리 여론을 자극한 겁니다. 잊을만하면 한 번씩 불거지는 논란입니다. 하지만 이번에는 우리 여론의 대응 방식도 도마 위에 올랐습니다. 공격 대상에게 몰려가 무차별적으로 뭇매를 때리고 사과를 이끌어냈던 네티즌의 항의방식을 놓고 자성의 목소리가 나온 겁니다.
상황은 이스라엘 국적 여성모델 오르 대니얼의 SNS에서 시작됐습니다. 대니얼은 지난 11일 오후 5시쯤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에 손으로 눈가를 당겨 눈매를 가늘게 만들고 촬영한 자신의 얼굴 사진을 올렸습니다. 대니얼은 인천공항에서 사진을 촬영했다고 설명하면서 “풍경과 조화하기 위해”라고 적었습니다. 한국인의 얼굴을 묘사했다는 점을 짐작할 수 있는 대목입니다. 대니얼을 따라하는 같은 국적의 남성모델 아드리아노 쥬베르도 사진에 담겼습니다.
눈매를 가늘게 만드는 행동은 미주·유럽인이 동아시아인을 묘사할 때 사용됩니다. 대부분 인종주의적 비하의 의미로 해석됩니다. 지난달 프로야구 두산 베어스의 강타자 호르헤 칸투(32·멕시코)의 SNS 사진이나 지난 3월 유명 커피브랜드의 독일 매장 점원이 우리나라 여대생의 잔에 그린 그림은 가는 눈매의 동아시아인을 묘사했다 우리 여론의 공분을 일으킨 대표적 사례입니다.
대니얼과 쥬베르도 예외가 되지 않았습니다. 우리 네티즌들은 12일 대니얼의 인스타그램으로 몰려가 항의와 비난이 퍼부었습니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벌어졌습니다. 일부 네티즌이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나치 독일로부터 홀로코스트를 경험한 유대인의 비극적 역사를 거론한 겁니다. 한글과 영어로 “히틀러 만세(Heil Hitler)” “유대인을 학살하라”라고 적은 댓글까지 쏟아졌습니다.
대니얼의 인스타그램 팔로어는 12만명에 달합니다. 비록 우리나라에서는 덜 알려진 모델이지만 SNS의 영향력을 무시할 수 없는 규모입니다. 항의의 목적을 넘어선 일부 네티즌의 무차별적 비난에 세계 네티즌은 시선은 곱지 않습니다. 이로 인해 다른 국가 네티즌이 우리나라를 비난하며 대니얼의 손을 들어주는 상황까지 벌어지고 있습니다.
우리 네티즌 사이에서 자성의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한 것도 그래서입니다. SNS에는 “인종차별적 모욕감을 호소하면서 인종주의자를 자처하고 있다” “화가 난 이유를 생각하지 않고 화풀이부터 하면 같은 수준으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 “창을 막기 위해 방패를 사용하지 않고 창을 던지는 셈”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나라망신”이라는 비판도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죠.
유명인으로서 인종차별적 사진을 SNS에 올린 대니얼뿐 아니라 인종주의로 맞대응한 일부 우리 네티즌은 비판의 목소리를 경청해야 할 겁니다. 인터넷과 모바일 환경이 발전한 만큼 네티즌에게도 격이 필요합니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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