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레 올라, 브라질] 신의 도시? 범죄의 도시?… “파벨라에 평화를”

[올레 올라, 브라질] 신의 도시? 범죄의 도시?… “파벨라에 평화를”

기사승인 2014-06-16 16:01:55

브라질에는 ‘신의 도시’라고 불리는 곳이 있습니다. 바로 ‘파벨라(Favela)’입니다. 파벨라는 신을 모신 곳이 아니라 범죄조직이 장악한 슬럼가입니다. 대한축구협회 관계자는 2014 브라질월드컵 취재 중인 기자들에게 “파벨라 근처엔 얼씬도 하지 말라”고 경고합니다. 상파울루에서 버스를 타고 지나며 멀리서 본 파벨라는 을씨년스러웠습니다. 작고 허름한 건물에 담장엔 페인트로 갖가지 그림이 그려져 있었죠. 파벨라에서도 월드컵 열기는 뜨겁습니다.


파벨라는 거주민과 마피아를 제외한 외부인에겐 출입이 금지된 ‘공포의 미로’입니다. 공권력도 미치지 못하죠. 범죄자가 파벨라로 도망쳐 들어가면 잡을 방법이 없다고 합니다. 파벨라의 범죄단은 총과 수류탄 등 각종 무기로 중무장하고 있어 경찰도 들어가기 꺼려합니다.

파벨라는 브라질 북동부 지역에 많은 나무의 이름입니다. 19세기 말 이 지역에 내란이 일어났습니다. 그러자 정부는 군인들을 보냈습니다. 내란을 진압하고 돌아온 군인들은 재정이 열악했던 정부로부터 급료를 받지 못했습니다. 군인들은 살 길을 찾아 헤매다 산기슭에 모여 살게 됐는데, 동네 이름을 내전에서 승리했던 지역에서 활짝 꽃을 피웠던 파벨라 나무를 따서 지었습니다.


리우데자네이루에만 파벨라가 1000여 개 있는 것으로 추정되며, 상파울루에도 수백 개가 있습니다. 브라질에서 살인 사건의 약 40%가 파벨라에서 일어난다고 합니다. 브라질 정부는 2010년 11월 리우데자네이루에서 대대적인 ‘파벨라 소탕작전’을 벌였습니다. 2014년 월드컵과 2016년 올림픽을 앞두고 국제사회가 치안 불안을 문제 삼았기 때문입니다. 브라질 정부는 한 달 동안 연인원 2만여 명의 군인들을 동원해 파벨라의 마피아들과 전쟁을 벌였습니다. 결국 마피아 두목과 조직원들은 파벨라에서 쫓겨났습니다.


브라질 정부는 점령한 파벨라에 파출소를 설치했습니다. 그리고는 주민들과 어린이들을 불러 축구와 포르투갈어 등을 가르쳤습니다. 또 도심에서 산에 있는 파벨라까지 케이블카를 설치했습니다. 가난과 공포의 빈민가에 희망을 심으려는 노력이었죠. 월드컵 기간만이라도 파벨라에 평화가 찾아오길 기대해 봅니다.

쿠이아바(브라질)=김태현 기자 taehyun@kmib.co.kr
김태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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