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태화강 주변과 중앙시장 근처가 설치미술 작품으로 변모했다. ‘2014 태화강국제설치미술제(Taehwa river Eco Art Festival)’ 지난 12일 울산교와 태화강 둔치 등에서 개막했다. 올해 미술제는 ‘다리, 연결된 미래’를 주제로 7개국 작가가 단독 또는 팀으로 참여해 30여 점의 설치, 조소, 영상 작품을 선보였다.
벨기에를 대표하는 설치미술가 모리스 프리만, 세계적인 대지미술가인 스코틀랜드 출신 패트리샤 레이튼을 포함해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일본 등의 유명 작가 작품을 볼 수 있다. 국내에서는 1960∼70년대 한국 전위예술의 흐름에 한 획을 그은 김구림 작가, 모성애와 여성의 삶을 작품으로 승화시킨 윤석남 작가 등 중견·청년작가들이 대거 작품을 출품했다.
또 1회 때부터 참여해온 울산대 미술대학은 물론이고 울산과학기술대(UNIST) 디자인 및 인간공학부 학생들이 새로 참여, 지역 미술의 미래를 보여준다. 올해로 8회째를 맞는 태화강국제설치미술제는 그동안 고수해 온 태화교와 십리대밭교 일대를 벗어나 강줄기를 따라 하류의 울산교 일대로 장소를 옮겨 작품을 내놓았다.
개막식은 12일 오후 6시30분 울산교 남측 태화강 둔치에서 열렸으며, 고상우 작가의 퍼포먼스와 멕시코 마리아치 공연단의 공연이 진행됐다. 이번 미술제는 6월 23일까지 이어진다. 이번 행사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울산교의 80년 만의 변신이다. 1935년 10월 길이 356m 너비 8.7m 규모로 건설된 울산교는 태화강에서 가장 오래된 다리 중의 하나다. 당시 태화강의 남북을 잇는 다리로 중요한 역할을 했다. 이후 1994년 11월 차량통행이 전면 금지되고 현재는 보행자 전용 교량으로 활용되고 있다.
80년의 세월을 거친 이 다리는 세계적인 작가들이 30여점의 설치미술 작품으로 교량 전체를 수놓았다. 스코틀랜드 출신 패트리샤 레이튼 작가는 세계적인 대지예술가로 ‘대지로부터 자라나는 조각품’을 선보인다. 캔버스를 벗어나 자연 속 모든 것을 작품의 소재로 활용한 것이다. 벨기에를 대표하는 설치미술가 모리스 프리만 86세로 최고령이다.
LED와 황동재질로 만든 조형적 작품으로 ‘온고지신’의 의미를 전하는 강용면 작가, 조립미술이라는 새로운 장르를 선보이는 김계현 작가, 해프닝과 메일아트, 바디페인팅, 실험영화 등이 집약된 창작물을 보여주는 김구림 작가, 진정한 화해와 이해를 주제로 허리 숙여 인사하는 ‘Greeting Man’을 내놓은 강용면 작가, 조각가 정현 작가 등이 독특한 작품을 설치했다.
백동민 태화강국제설치미술제 운영위원장(미술전문 월간지 퍼블릭아트 대표)은 한 지역의 문화 경쟁력은 거대한 조형물이 아니라 문화를 통한 소통에서 출발한다”면서 “다양한 대중매체를 미술에 도입해 관람객과의 소통에 포인트를 맞춘 행사로 사람과 사람, 예술과 도시환경, 문화와 경제 간의 연결을 가능케 하는 가교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14일 개막한 ‘2014 중구문화의거리 아트페스타’는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로 열리는 행사다. 중구 문화의 거리에 6개의 아트컨테이너를 세워 작품을 설치, 도심 거리를 미술관으로 바꾸어놓았다. 또 비어 있는 건물을 화랑으로 꾸미는 빈집프로젝트와 각 갤러리·커피숍 등에서도 작품전이 열리고 있다. 전시장 밖으로 나온 미술이 산업도시 울산을 문화도시로 거듭나게 했다.
이광형 선임기자 g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