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명보 감독의 의~리.” vs. “그래도 역시 박주영.”
박주영이 경기에 출전하면 인터넷에는 어김없이 논쟁이 벌어진다. 경기력이 부진하면 언쟁은 더욱 활활 타오른다.
박주영은 18일(한국시간) 브라질월드컵 조별리그 1차전 러시아와의 경기에 원톱 공격수로 선발 출장했다. 홍 감독은 대표팀 발탁부터 공들인 박주영에 대한 변함없는 신임을 과시했다. 하지만 아쉽게도 박주영은 별 다른 활약을 보이지 못한 채 후반 10분 이근호(29·상주 상무)와 교체됐다. 출전 시간 55분동안 단 한 차례의 슈팅도 기록하지 못했다.
‘축구 천재’ 박주영(29·아스널)은 2003~2005년 청소년대표로 활약하면서부터 한국 대표팀에 늘 문제로 지적됐던 골 결정력을 해결해주리라는 온 국민의 기대를 한 몸에 받았다. 기대가 큰 만큼 실망이 크기 때문일까. 여전히 기대감을 간직한 이들과 실망하고 돌아선 이들 사이의 시선은 늘 엇갈린다. 러시아전이 끝난 뒤에도 평가는 양분됐다.
일부 네티즌들은 “박주영 오늘 연계 플레이 좋았다” “오늘 손흥민이 날린 결정적인 슈팅 장면 때 공간을 열어준 사람이 박주영이다” “강한 압박 상황에도 헤딩 잘 따내 기회 만들었다”며 칭찬했다.
그러자 곧바로 “공간 창출과 공중볼 경합은 공격수라면 누구나 하는 플레이”라는 반발이 나왔다. 어떤 이는 “수비수가 볼 걷어내는 걸 잘했다고 하는 사람 없듯이 박주영이 제공권 싸움하는 건 당연하고도 기본적인 플레이”라고, 또 다른 이는 “팬들이 하는 그놈의 연계 타령 지겹다. 연계로 뭐 얼마나 대단한 장면이 나왔느냐”고 비판했다.
이에 “안티들은 박주영이 헤트트릭 정도는 해야 그나마 칭찬을 할 것 같다”는 말이 나오자 “그럼 팬들은 박주영이 90분 내내 한번도 안 보여야 질타를 받아들이겠다”며 날 세운 반응이 나왔다.
또한 한 네티즌이 “선수 선발은 감독 고유의 권한이다. 홍 감독이 보기에 자기 스타일에 맞는 선수가 박주영이다”는 의견을 내자 다른 네티즌은 “김신욱도 연계, 제공권, 키핑 능력, 활동량, 수비가담, 게다가 결정력까지 좋은데 홍 감독은 도무지 쓸 생각도 안한다. 박주영 기용은 분명 문제가 있다”며 팽팽히 맞섰다.
축구팬들뿐만 아니라 전문가들 사이에도 여러 말이 나온다. 국내 언론을 비롯한 외신에서는 박주영을 향한 혹평이 쏟아졌다. AP통신은 “홍명보호가 경험 많은 박주영은 주전 공격수로 내놓았으나 그는 아스널에서의 무력한 3년 동안 길을 잃어버린 듯 했다”고 평했다.
하지만 선배인 MBC 안정환 해설위원은 그를 두둔했다. 안 위원은 “박주영이 55분간 슈팅이 없었다고 비난하는데 그게 아니다. 박주영이 전반 초반부터 힘 좋은 러시아 선수들을 흔들어주며 고군분투했다”며 “공격수가 해야 할 일이 골만 있는 건 아니다. 박주영이 러시아 선수들을 괴롭혀 이근호에게 찬스가 만들어진 것이다. 박주영이 어시스트했고, 이근호가 마무리한 것이라 보면 된다”고 말했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