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가 발생한 지 벌써 나흘이 지났지만 곱씹을수록 답답합니다. 동료들에게 수류탄과 총알을 퍼부은 임모(22) 병장은 어떤 사람이었을까요. 임 병장에 대해 전해진 얘기들을 한번 정리해봅시다.
“극히 내성적인 성격은 아니었지만 대인관계가 좁은 편이었다. 고등학교 2학년 때는 아침 자율학습 시간에 놀림 받는 것이 싫다며 정규수업 시작시간에 맞춰 등교를 했다. 결국 학교를 자퇴했고, 검정고시를 거쳐 대학 행정학과에 진학했다.”(임 병장의 조부)
“2012학년도에 대학에 입학했지만 1학기 등록금만 내고 수업도 안 듣고 시험도 안 봤다. 학교에 전혀 나오지 않았다. 그래서 대학에서 친구나 교수님 등 주변 연결고리가 전혀 없다.”(임 병장이 재학중인 대학 관계자)
“군에서 매우 내성적인 성격이었다. 하지만 후임병을 때리거나 폭력적인 면은 없었다. 군에서는 임 병장의 성격을 개선시켜보려 부분대장을 시켰다.”(군 관계자)
“지난달 휴가 나왔을 때 얼굴이 반쪽이 됐고, 말수도 없어져 부대에서 좋지 않은 일이 있었는지 걱정했다. 아무래도 부대원들과 관계가 좋지 않았던 것 같다.”(임 병장의 가족)
“군 복무 중 임 병장은 주로 인터넷을 통해 책을 주문했고, 읽고 난 책들은 자신의 고향인 수원집으로 발송했다. 총기사고가 난 직후 확인된 임 병장의 사물함에는 6권의 책이 꽂혀있었다. 그 중에는 판타지소설도 있었다. 임 병장은 평소 소설 등을 자주 읽었다.”(국방부 관계자)
25일 군 관계자에 따르면 임 병장이 생활관에서 일정 거리 떨어진 곳에서 창문을 통해 조준사격을 가한 정황이 포착됐습니다. 범행을 아주 침착하고 주도면밀하게 시행했다는 겁니다. 동료들과 함께 모여 있다가 “뭐를 두고 왔다”는 핑계를 대고 어느 정도의 간격을 벌린 뒤 수류탄을 투척했다는 점도 계획적인 범행이었음을 시사합니다.
앞서 임 병장이 군대 내에서 따돌림이나 ‘계급열외’를 당했다는 의혹이 제기됐습니다. 혼자 삭히던 오랜 분노가 뭉치고 뭉쳐져 너무나 크게 터져버렸습니다. 안타깝습니다. 개인의 문제는 이제 더 이상 개인의 문제가 아닙니다. 가끔은 우리도 주위를 한번씩 돌아보는 건 어떨까요.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