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졌다고 엿 뿌린 거 아닙니다. 투지와 열정을 바랐습니다.”

“졌다고 엿 뿌린 거 아닙니다. 투지와 열정을 바랐습니다.”

기사승인 2014-07-02 13:38:55

브라질월드컵을 일찍 마치고 귀국한 한국 축구대표팀에 ‘엿’을 던진 ‘너 땜에 졌어’ 카페 측이 비난 여론에 대한 자신들의 입장을 밝혔다.

다음 아이디 ‘als******’의 카페 운영자는 2일 아고라 게시판에 “아고라 청원을 보니 저희 카페 폐지 서명운동을 하고 있다”면서 글을 남겼다. 하지만 폐지운동이 신경 쓰이는 건 아니라고 했다.

운영자는 “폐지운동은 별로 신경 쓰이지 않지만, ‘아무리 졌다고 국가대표에게 엿을 뿌리냐? 몰상식하다’는 글을 봤다”며 “시합에서 졌다고 엿을 뿌린 게 아니다”고 해명했다. 그는 “결코 결과만이 중요한 게 아니다”면서 “무엇이 문제인지는 2002년 월드컵 때와 비교하면 누구든 금방 알 수 있을 거다. 가장 큰 문제는 투지와 열정이 없어졌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운영자는 “공은 제자리에서 받았고, 걸어 다녔고, 그리고 너무 늦은 공격루트는 다 읽혔다”며 “작전이라고는 4-2-3-1밖에 모르니 상대팀 감독이 금방 간파했다”고 꼬집었다. 이어 “조기축구회 감독 한번 안 해본 홍 감독은 원칙을 스스로 깨면서 까지 박주영과 정성용을 기용했다”며 날을 세웠다.

그러나 “이 모든 걸 다 떠나서 온 국민이 바라는 건 무조건 승리가 아니었다”고 했다. 그는 “지더라도 감동을 줄 수 있는 경기, 태극전사만의 강한 의지와 투지로 땀 한 방울 남지 않을 정도로 최선을 다하는 모습, 그게 감동이고 스포츠 드라마라고 생각한다”며 “국민들도 그런 모습을 바랐을 거다”라고 적었다.

그는 “‘수고했다. 다음 월드컵에는 8강 갈 거다’라는 영혼 없는 응원보다는 ‘너희들은(손흥민, 김승규 빼고) 국민들에게 실망을 안겼다. 그래서 국민들이 화가 났다. 다시는 그러지 말라’는 말을 해주고 싶었다”면서 “엿 뿌린 행동에 대해 지금 욕을 먹고 있지만, 제가 던진 호박엿이 한국 축구가 바뀔 수 있는 계기가 된다면 욕은 달게 먹겠다”며 글을 마쳤다.

해명글에도 네티즌들의 의견은 갈리는 양상이다. 여전히 “비상식적인 행동이었다” “아무리 화가 나도 방법이 잘못됐다”며 질타하는 반응도 있는 반면, “엿 던진 건 그나마 애교스러운 항의였다” “옳다. 이번 월드컵 대표팀의 모습은 너무나 실망스러웠다”며 카페 측 의견에 공감하는 의견들도 많아졌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
권남영 기자 기자
kwonny@kmib.co.kr
권남영 기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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