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일본에서는 도롱뇽 한 마리 때문에 시끌시끌합니다. 거대한 몸집 때문이 아닙니다. 한 원자력 발전 반대론자가 방사능 때문에 올챙이가 거대해졌다고 착각했기 때문인데요. 이 일로 일본 내 인터넷 우익들이 득세하고 있습니다.
거대 도롱뇽 사진은 지난 3일 밤 트위터를 통해 나돌았습니다. ‘일본 지바현 남부의 가모가와라는 지역에서 거대한 무엇이 포착됐다’는 설명과 함께 사진이 오르내렸습니다.
사진에는 거무튀튀하고 둥글납작하게 생긴 생명체가 강가를 어슬렁거리다 강으로 들어가는 모습 등이 찍혀 있었는데요. 워낙 거대한데다 꼬리가 올챙이처럼 생겨 다들 정체를 궁금해 했었죠.
사실 이 생명체는 일본장수도룡뇽(학명 Andrias japonicus)이라고 하네요. 일본에만 서식하는 양서류로 몸길이가 최대 1.5m에 이른답니다. 깨끗하고 찬 물에서만 서식하고 최고 50년 이상 생존한다는군요.
이 거대 도롱뇽의 정체를 몰랐던 한 원전 반대론자 A씨가 이를 거대 올챙이로 착각하면서 일이 커졌습니다. A씨는 5일 밤 사진을 트위터에 퍼올린 뒤 “올챙이가 이렇게 거대하게 변하다니, 역시 일본에서 방사능의 영향이 심각한 것 같다”면서 “이 올챙이가 다 크게 되면 개나 고양이, 나아가 사람마저 먹힐지 모른다. 이런데도 원자력에 매달린 것인가”라고 주장했습니다.
A씨의 트윗은 일파만파의 파문을 일으켰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공감했죠. 하지만 곧바로 거대 올챙이가 아니라 일본장수조롱뇽이라는 사실이 알려졌습니다. 그러자 A씨의 트위터에는 비난이 빗발쳤죠.
“어이, 어디서 선동질인가. 아무리 봐도 일본장수도롱뇽이잖아.”
“개구리와 도롱뇽조차 구별하지 못하나.”
A씨의 헛발질이 이어졌습니다. 거대 올챙이라고 우긴 것이죠.
“이봐요. 이거 올챙이 맞거든요. 나 화학과 물리도 배웠다고.”
“이렇게 거대한 도롱뇽 본 적 없으니 당신이 주장은 알 거 없다고!”
하지만 결국 A씨는 자신의 착각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리고는 트윗 계정을 삭제했습니다.
“아무래도 거대 올챙이라는 주장은 착각이었던 것 같다. 사실 부끄럽지는 않다. 하지만 이걸 트집 잡아 원전 반대파를 험담하는 무리가 늘고 있어서 어쩔 수 없이 계정을 삭제한다. 나는 지금 물러나지만 이는 결코 원전반대파의 패배가 아니라는 점을 알아 달라.”
A씨의 트윗 계정 삭제로 인터넷 우익이 시시덕대고 있습니다. 이들은 원전 반대파가 A씨처럼 허무맹랑한 주장만 하는 무리라고 주장도 하고 있고요.
“저런 인간을 같은 일본인으로 봐야 하는 건가?”
혐한으로 똘똘 뭉친 일본 인터넷 우익들은 이를 놓고도 한국을 물어뜯고 심지어 집단자위권을 옹호하기도 하더군요. 정말 창의적이죠.
“어라? 저 트윗 삭제하고 도망치는 꼴은 한국이 주로 하는 짓 아닌가.”
“조선학교 출신인가?”
“납중독인가? 한국식품에 중금속 많잖아.”
“집단자위권도 그렇고, 좌익이라는 놈들은 지능이 낮아. 뇌가 발달하지 않은 듯.”
대체 누구의 뇌가 발달하지 않았다는 건지. 참. 답답하네요.
김상기 기자 kitti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