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인비(26·KB금융그룹)가 커리어 그랜드슬램 달성을 바로 눈앞에 뒀다. 아시아선수로는 처음이다. 커리어 그랜드슬램이란 4개 메이저 대회를 모두 우승하는 것이다. 역대 여자골프에서 6명만이 달성한 대기록이다. 경쟁이 치열해진 2000년 이후 커리어 그랜드슬램을 달성한 선수는 카리 웹(호주)과 아니카 소렌스탐(스웨덴) 단 2명뿐이다.
박인비는 12일(현지시간) 영국 랭커셔의 로열 버크데일 골프클럽(파72·6458야드)에서 열린 시즌 세 번째 메이저대회 브리티시여자오픈 3라운드에서 버디 6개에 보기 2개를 묶어 4언더파 68타를 쳤다.
지난 이틀간 이븐파를 적어냈던 박인비는 깊은 러프와 딱딱한 그린으로 무장한 까다로운 코스에서 중간합계 4언더파 212타로 단독 선두에 올랐다. 박인비는 공동 2위 안선주(27) 등에 1타 앞서 마지막 4라운드를 치르게 된다.
박인비는 경기 후 “작년엔 중압감에 경기가 안 풀려 도전해 볼 기회조차 없었는데 올해는 유리한 위치에서 마지막 날 경기에 나설 수 있어서 기쁘다”며 “커리어 그랜드슬램 달성은 올해 최대의 목표여서 그만큼 이번 대회에서는 잘 치고 싶은 마음이 컸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스리퍼트 2개와 마지막 홀에서 버디를 놓친 것이 아쉽지만 전반적으로 만족한 스코어였다”면서 “오늘의 좋은 느낌을 회복해 마지막 라운드에 자신감을 가질 수 있게 됐다”고 덧붙였다.
박인비는 “커리어 그랜드슬램은 욕심부린다고 될 일은 아니므로 편안한 마음으로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겠다. 오늘이 생일인데 내일은 더 성숙한 마음가짐으로 경기에 나서고 싶다”고 각오를 밝혔다.
박인비는 가장 어려운 홀로 꼽히는 1번 홀 버디를 시작으로 전반 6개 홀에서만 무려 4타를 줄이는 집중력을 발휘했다. 후반 들어 장기인 퍼팅 부진으로 주춤했지만 강력한 우승 후보로서의 면모를 유감없이 발휘했다.
2008년 US여자오픈에서 첫 메이저 왕관을 썼던 박인비는 지난해 브리티시여자오픈을 제외하고 크라프트 나비스코 챔피언십, LPGA 챔피언십에 이어 US여자오픈까지 휩쓸었다.
서완석 국장기자 wssu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