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신체엔 재생능력이 숨겨져 있어 절단된 손가락과 다리를 원상태로 복구할 수 있다고 한다면 믿기시나요. 다시 자라나는 도마뱀의 꼬리처럼 말이죠. 이러한 신체 재생은 영화나 만화에서나 나오는 이야기인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그런 일이 실제로 일어났습니다.
16일 인터넷 커뮤니티 오늘의유머에 ‘잘린 손가락이 재생했던 사람’이라는 게시물이 올라왔습니다. 처음엔 웃자고 지어낸 유머자료라고 생각했죠. 돼지방광분말을 뿌리면 9주 만에 잘렸던 손가락이 거의 원상태로 복구된다니 믿을 수가 없었습니다. 자료사진의 좌측 화단에 박힌 내셔널지오그래픽 채널(NATIONAL GEOGRAPHIC CHANNEL) 로고가 ‘이건 믿을 만해’라고 말하고 있었지만 합성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었습니다.
이 자료에 따르면 사람의 신체는 재생보다는 감염을 줄이는 쪽으로 진화를 하게 되면서 신체 재생기능을 잃게 된 것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세포 조직 재생을 촉진시키는 ‘세포외질’이 들어 있는 돼지방광을 절단된 부위에 뿌리면 사람의 신체에 숨겨져 있던 재생능력이 활성화되면서 신체 및 장기가 복구된다는 것입니다. 그러면서 손가락이 복구되는 과정이 나타난 사진이 나열됐습니다.
확인해보니 내셔널지오그래픽 채널에서 실제로 방영된 내용이었습니다. 놀랍네요. 현재 실험단계이긴 하지만 의학계에선 신체 재생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었으며 수차례 기사로도 나왔더군요.
2개월 전엔 심각하게 손상된 근육에 돼지 방광조직을 이식해 재생하는 인체실험이 성공했습니다. 미국 피츠버그 의과대학의 스티븐 배디래크 교수팀이 과학전문지 ‘사이언스 병진의학’ 최신호에 발표한 내용인데, 심각한 다리 부상으로 근육의 60∼90%를 사용하지 못하는 20∼30대 남성 5명에게 돼지방광에서 추출한 세포외기질을 상처 부위에 이식한 뒤 6개월간 물리치료를 했더니 5명 중 3명의 다리가 수술 전에 비해 20% 이상 강해진 것으로 나타났다고 합니다.
체세포가 만능줄기세포로 전환되는 기술의 특허와 잠재적인 재생가능세포(PRC)의 특허 등을 소유하고 있는 중국의 롱샹 슈(Rongxiang Xu) 박사도 치료할 수 없는 장기 손상을 입은 환자들을 위해 정보를 제공하겠다고 지난해 밝혔습니다.
한국에서도 재생의료 분야에 많은 관심을 쏟고 있습니다. 보건복지부는 줄기세포를 통한 재생의료 연구개발 신규사업 155억원의 투자계획을 확정하고 연구개발사업을 지난달 13일 공모했습니다. 이번 달에는 인제대학교 양성연 교수가 인체조직의 재생을 촉진하는 신약 개발에 관한 특허를 미국에서 출원했다고 합니다.
연구는 이제 시작단계지만 이대로라면 정말 영화 같은 일이 현실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불의의 사고로 장기를 잃은 사람들과 불치병을 앓고 있는 환자들에게 희망적인 소식이 아닐 수 없습니다. 희망 고문으로 끝나는 게 아니었으면 좋겠네요.
김민석 기자 ideae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