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접경 우크라이나 동부 지역에서 17일(현지시간) 추락한 말레이시아 항공 여객기가 미사일에 격추된 것으로 드러나면서 누구의 소행인지 밝히는 것이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여객기가 추락한 지점은 러시아 국경에서 우크라이나 쪽으로 약 50km 떨어진 우크라이나 동부 도네츠크주 도시 ‘샤흐툐르스크’ 인근 지역이다. 현재 이 지역은 우크라이나 정부군과 교전 중인 친러시아 분리주의 반군이 통제하고 있다.
이달 초부터 반군 진압 작전의 공세를 강화한 정부군에 밀린 반군은 결사항전 태세를 취하고 있었다. 이런 정황을 근거로 우크라이나 정부는 말레이시아 여객기가 반군 미사일에 격추됐을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하고 있다. 러시아 항공교통협회 소식통도 “친러시아 반군이 발사한 미사일에 격추돼 추락했다”고 거들었다.
우크라이나 내무장관 고문 안톤 게라셴코는 “말레이시아 여객기가 반군이 쏜 ‘부크’ 지대공 미사일에 격추됐다”고 직접적으로 언급했다. 페트로 포로셴코 우크라이나 대통령도 여객기 추락을 테러로 규정 “정부군은 이날 공중 목표물을 향해 어떤 공격도 하지 않았다”며 반군에 혐의를 돌렸다.
그러나 반군은 오히려 정부군을 지목하고 나섰다.
도네츠크주 분리주의자들이 자체 선포한 도네츠크인민공화국 총리 알렉산드르 보로다이는 반군에겐 상공 10㎞ 지점의 항공기를 격추할 만한 무기가 없다고 주장했다. 반군이 보유한 로켓은 사거리가 상공 3㎞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도네츠크인민공화국 대변인은 “여객기가 비행하는 것을 지켜본 목격자들이 우크라이나 공군 전투기가 여객기를 공격했으며 이후 여객기가 공중에서 두 조각이 나 도네츠크주 영토로 떨어지는 것을 봤다고 증언했다”고 설명했다. 반군은 사고 조사를 위해 국제조사단을 도네츠크 지역으로 받아들일 준비도 돼 있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상공 10㎞ 지점의 목표물을 격추하기 위해선 러시아제 방공 미사일 S-300이나 중단거리 고도 목표물을 요격하는 부크 미사일 등이 필요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타르타스 통신은 자체 소식통을 인용해 우크라이나 정부군이 보유한 부크 미사일이 하루 전 도네츠크 지역으로 이동 배치됐다고 소개해 정부군에게 혐의를 뒀다.
현재로선 여객기 격추가 정확히 누구의 소행인지 판단할 수 없는 상황이다.
김민석 기자 ideae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