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이슈추적] 목숨 걸고 하는 성형수술, 돈벌이 ‘쏠쏠’ 의사 양심은 ‘씁쓸’

[k이슈추적] 목숨 걸고 하는 성형수술, 돈벌이 ‘쏠쏠’ 의사 양심은 ‘씁쓸’

기사승인 2014-07-18 08:49:55

[편집자 주] 국민일보 쿠키뉴스는 국민의 건강증진과 올바른 건강생활 정보제공을 위해 ‘K-이슈추적’ 기획연재를 시작합니다. 이번 K-이슈추적 주제로 ‘성형수술 사고 천태만상’을 선정해 취재를 진행했습니다. 실제 성형수술을 담당하는 일선 의료현장은 물론 성형수술 의료사고 등의 의료분쟁과 관련 중재 역할을 담당하는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에서도 관련 사례를 찾았습니다. 이번 취재를 통해 일명 ‘성형공화국’이라는 오명을 받고 있는 대한민국의 비합리적이고 과도한 성형수술 문제에 대해 짚어봅니다.

[K-이슈추적] 연재 순서

①목숨 걸고 하는 성형수술, 돈벌이 ‘쏠쏠’ 의사 양심은 ‘씁쓸’

② 불법성형 ‘천태만상’…귀신보다 무서운 ‘유령의사’·수면마취제 과다투여

③[인터뷰] 대한성형외과의사회 차상면 회장 “불법성형 막으려면 CCTV 설치해야, 인권보다 생명 중요”

30대 여성인 김지현(가명)씨는 D성형외과에서 눈밑지방 제거술, 사각턱 성형술, 안면거상술, 융비술을 받은 후에 코막힘 증상, 중이염, 호흡기능 문제 등이 발생했다. 김씨는 '삼출성 중이염'이라는 부작용이 발생해 타병원에서 고막절개술을 받았다. 그는 수술에 대한 미용적 효과에 대해 만족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이후 코막힘, 안면통, 이충만감 등으로 이비인후과에서 지속적으로 진료를 받아야 했다. 김씨는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에 조정신청을 했다.

본격적인 여름방학과 휴가철을 맞아 ‘성형외과’는 문정성시를 이루고 있다. 이와 더불어 성형수술 사고와 부작용 사례는 최근 더욱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의료인과 환자 간의 갈등으로 의료분쟁이 일어나 법원이나 중재원 등을 통해 조정을 신청하는 사례도 빗발치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이러한 의료사고가 발생하는 원인으로 대리수술(일명 쉐도우닥터)이나 의료인이 아닌 비의료인에 의한 수술, 무리한 수술강행 등 의료인의 비윤리적이고 불법적 의료행위들이 지목되고 있다는 점이다.

얼마 전에는 대한성형외과의사회가 일부 의료인들의 불법적 의료행위에 대한 대국민 사과와 함께 자정 계획을 발표했다. 그럼에도 여전히 일부 성형외과에서는 불법적 의료행위들이 빈번히 이뤄지고 있다.

기자는 최근 서울 강남 일대 성형외과에서 벌어지고 있는 성형수술 각종 사고들을 취재해보기로 했다. 성형외과 원장부터, 여성들이 즐겨 찾는 인터넷 성형 정보 공유 커뮤니티 등을 통해 다양한 사례들을 수집했다. 취재 결과 충격적인 피해 사례들이 많았다. 이제 그 사건들 속으로 들어가보자.

◇‘양악수술했다가 얼굴 비대칭에 피고름까지’, 부작용 환자 급증= 성형시술로 인해 부작용 사례가 갈수록 늘어남에 따라, 과도한 성형산업이 국민 건강권을 침해하고 있다는 지적이 커지고 있다.

여성들이 즐겨찾는 한 뷰티 커뮤니티에는 성형수술과 관련한 부작용을 호소하는 다양한 사례가 올라와 있다. 양악수술 후유증으로 얼굴에 안면마비가 와 식사가 어렵다는 한 여성의 이야기는 부작용과 일상생활의 고통으로 안타까움을 전하고 있었다. 이 여성은 “예뻐지려고 한 성형수술인데 이렇게 심각한 부작용을 낳을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했다”며 “성형을 한 병원이 대리수술이 많다는 이야기를 들어 불안하다. 혹시 내가 원하는 의사가 아닌 다른 사람에게 수술을 받아 생긴 문제일까 두렵다”고 토로했다.

최근 한국소비자원이 발표한 통계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성형수술 피해로 인한 상담 건수는 모두 4806건으로 전년도보다 28.5%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성형수술 부작용 피해구제 접수도 2008년 42건에서 지난해 상반기 71건으로 5년 사이 3배 이상 증가했다.

성형수술로 인해 발생한 의료인과 환자 간 의료분쟁 조정건수도 꾸준히 늘고 있다.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이하 의료분쟁중재원) 통계에 따르면 전체 의료조정 상담 중 성형수술 부작용 등으로 인한 문의가 2012년 445건, 2013년 731건, 2014년 6월 현재 438건에 달해 3년간 총 1614건이나 됐다. 또한 조정신청수는 지난 2012년 18건, 2013년 50건, 2014년 6월 현재 39건으로 3년간 총 107건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일례로 40대 이미자(가명)씨는 광대뼈 수술과 코성형 수술을 받고 1주일 경과 후, 왼쪽 구강 내 염증과 왼쪽 턱뼈 연결부위 염증으로 계속 피고름이 나오고 해당 병원에서의 치료로 호전이 되지 않아 이후 타병원에서 고름 제거, 코 보형물을 제거하고 치료중이다. 이씨는 현재 안면 좌우가 비대칭 상태다. 또한 심은하(가명)씨는 B병원에서 안면 지방흡입시술을 받은 후 심각한 고통과 마비증상으로 응급실로 후송된 후 뇌줄증 판정을 받았다. 현재 왼쪽 눈 실명과 오른쪽 다리 약간의 마비증상 있어 중재원에 조정신청을 했다.

성형수술 도중 사망하는 사례도 많다. 부산에서는 대학생 이모(22)양이 모 성형외과에서 턱을 깎고 코를 세우는 수술을 받은 뒤 갑자기 뇌사 상태에 빠져 인근 종합병원으로 옮겼지만 숨지는 사례가 발생했다. 지난해 12월 수능을 마친 10대 여고생은 강남의 한 성형외과에서 쌍꺼풀과 코성형 수술을 받던 중 의식을 잃어 현재까지도 뇌사 상태다. 또한 서울 강남의 한 성형외과에서는 안면윤곽수술을 받던 30대 여성이 갑자기 의식을 잃은 뒤 한 달 만에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언론에 보도되지 않은 사망 사례가 더 많다는 한 의사의 양심고백은 충격적이었다. 이 의사는 “언론에 알려지지 않은 사고는 더 많다. 그러나 병원에서 의료사고가 발생했을 경우 재빨리 피해환자나 보호자에게 보상을 통해 사고를 덮은 경우가 비일비재하다”며 “만약 환자들 사이에서 소문이라도 잘못 났다가는 병원 문을 닫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유령의사에 의한 대리수술, ‘공장식성형수술’이 낳은 폐해= “만약 정상적으로 운영되는 병원이라면 의사가 하루에 몇 명의 환자까지 수술이 가능하다고 보십니까.”

기자가 만난 한 의사는 이러한 질문을 던졌다. 그는 “하루에 한명의 의사가 가능한 최대의 수술 환자수는 많아야 7~8명 정도가 될 것”이라며 “유명 성형외과의 원장이 하루에 수십명의 환자들을 수술하는 것은 ‘대리수술’이 아니면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꼬집었다.

유명한 의사를 찾아온 환자에게 해당 의사가 직접 수술할 것처럼 상담한 후, 환자에 대해서 전혀 모르는 다른 의사가 수술을 하는 대리수술 문제는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대리수술을 들키지 않기 위해서 일부 의료인들은 환자에게 수면마취제를 과도하게 투여하는 사례도 빗발치고 있다. 환자가 잠에서 깨기 전에 대리의사인 유령의사(쉐도우닥터)는 수술실을 나가기 때문에, 환자는 자신을 상담해준 유명 의사가 수술한 줄 알게 된다.

이와 같은 대리수술 문제가 불거진 것은 불과 몇 달 전이었다. 성형외과 의사들이 이용하는 커뮤니티에서는 한 유명 성형외과의 의사와 고용된 의사의 근로계약서 문서가 올라와 논란이 됐다. 계약서의 주요 내용은 대리수술에 대한 계약조건 내용이었다. 사실 성형외과에서 뿐 아니라 척추 전문병원, 라식전문병원 등 유명병원에서의 대리수술 문제는 많다.

대한성형외과의사회 관계자는 “유령의사는 환자가 마취돼 잠든 상태에서 처음 보고 수술을 진행하기 때문에 환자가 수술하려는 의도를 알 수도 없다”며 “환자의 해부학적인 상태에 대한 사전지식도 없기 때문에 상당히 위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문제는 유명 네트워크 의원 등을 중심으로 ‘공장’식 성형수술이 횡행하면서 더욱 불거지고 있다. 이상윤 건강과대안 책임연구원(의사)은 “우리가 목도하고 있는 현실은 이른바 공장식 성형수술 기관의 탄생이다. 실질적인 의료기관 소유주는 의사들을 고용해 콘베이어밸트 위에서 전자제품을 생산하듯이 성형수술을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기관에서는 의사들이 휴식시간이 없이 환자들 수술에 매달리기 일쑤고, 여러 수술장을 동시에 열어 놓고 메뚜기 뛰듯이 수술에 매달리며 수술하는 경우가 있다. 비용 절감을 위해 간호사, 마취과 의사들도 제대로 고용하지 않거나 고용하더라도 미숙련 인력을 고용하고, 수술재료 등을 저질 재료로 사용해 의료의 질을 떨어뜨리기도 한다.

이상윤 연구원은 “의료 영역의 특수성상 비용을 들여 질 관리를 한다고 해서 수익 증가로 직결되지는 않는다는 문제가 있다. 수익 추구를 우선적으로 하게 되는 의료기관은 자연히 질 관리에 소홀하게 되고 매출 증가에 비용 절감에만 매달리게 된다”고 꼬집었다.

◇“수술실 CCTV 설치하고, 환자 생명권 보호해야”= 대리수술 등 성형외과 불법의료행위 문제를 근절하기 위해 수술실 내에 CCTV를 설치하자는 주장도 힘을 싣고 있다.

차상면 대한성형외과의사회 회장(성형외과 전문의)은 “환자가 자신이 누구에게 성형을 받는지를 확인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수술실 내 CCTV 설치하는 것”이라며 “정부의 법 테두리 내에서 성형수술을 받는 환자가 누구에게 수술을 받는지를 확인하고, 수술 다음날 지울 수 있도록 하는 등의 조치가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부 당국이 의료수술 사고를 방지하기 위한 법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현행 의료법은 의사면허 대여를 불법으로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대리수술을 처벌할 법적인 규제가 없다.
차 회장은 “만약 어떤 의사가 다른 병원에서 대리 수술을 해준다고 해도 법적으로 막을 규제 장치가 없다”며 “정부가 보다 근본적인 해결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복지부는 유령의사에 의한 대리수술 등 성형외과 불법행위에 대한 실태조사에 나서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권덕철 보건의료정책관은 “모든 성형외과를 대상으로 전수조사할 수는 없지만 문제가 되는 지을 중심으로 실태조사를 벌일 계획”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정부의 이러한 임시조치가 뚜렷한 성과를 거둘지는 미지수다.

한편 성형수술 폐해를 근절하기 위한 성형광고 규제 법안도 발의됐다. 남윤인순(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성형 관련 의료광고를 학술지를 제외한 신문, 방송 옥외광고물 등 전 매체에서 사실상 금지하는 내용의 의료법 개정안을 지난달 30일 대표 발의했다. 구체적으로 보면 지하철과 버스 등 대중교통을 비롯해 현수막 전단지 전광판 등 옥외광고물에 성형광고를 통해 싣지 못하도록 했다. 또 신문 잡지 등에도 성형광고를 게재할 수 없도록 규제하는 내용을 담았다. 이를 위반할 경우 해당 병원에 영업허가 취소 또는 영업정지를 내릴 수 있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장윤형 기자 vitamin@kuki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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