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SM5, 멀쩡히 달리다 ‘엔진침몰’…르노삼성 “블랙컨슈머가…”

[단독] SM5, 멀쩡히 달리다 ‘엔진침몰’…르노삼성 “블랙컨슈머가…”

기사승인 2014-07-18 11:13:55

새로 산지 1년 된 르노삼성의 신형 SM5가 주행 중 엔진이 내려앉는 사고가 발생했다. 한국에선 드문 황당 사고다. 차주는 차가 무섭다며 르노삼성에 정확한 사고 원인을 파악해 달라고 했다. 자신의 보상이 문제가 아니라 문제 부품이 다른 차량에도 사용됐는지 등을 밝히라고 요구했다. 르노삼성은 그러나 단순 기계 결함이라며 문제 부품의 품질검사 결과조차 알려줄 수 없다고 답했다.

의견차가 좁혀지지 않자 차주는 인터넷에 관련 글을 올렸다. 차주는 르노삼성이 인터넷 글을 내리지 않으면 명예훼손으로 고소할 수 있다고 협박했다고 밝혔다. 또 자신을 블랙컨슈머로 몰아가고 있다고 호소했다. 물론, 르노는 부인했다.



황당 사고… 주행 중 엔진이 덜컹 내려앉아

대구에 사는 전문직 이모(32)씨는 지난해 5월 3일 SM5 플래티넘을 구입했다. 2013년 3월 28일 생산된 신차였다. 이씨의 차량에 대한 애정은 남달랐다. 운전이 서툴렀던 이씨는 120㎞ 이상 속력을 내지도 않았다. 1년 동안 차량 주행거리는 2만4000㎞에 불과했다.

지난 5월 29일 사고가 났다. 차량을 구입한 지 딱 1년만이었다. 이씨는 대구 달성군 다사읍의 한 도로에서 유턴을 준비 중이었다. 10~20㎞ 저속 운행이었다.

별다른 충격이 없는데 차량은 갑자기 흔들거리더니 엔진이 우측으로 가라앉았다. 가속 페달을 밟으니 후진하는 기현상도 일어났다. 황급히 차를 세우고 보닛을 열어보니 엔진은 오른쪽으로 기울어져 우측 바닥으로 주저앉아 있었다. 교통량이 많지 않는 도로여서 다행히 추돌사고는 없었다. 만약 뒤에 차가 달려왔다면 위험할 수도 있었다고 이씨는 말했다.

이씨는 사고 현장을 사진으로 찍었다. 사고 차는 르노삼성 협력 정비센터로 옮겨졌다. 그곳의 정비사는 “30년 차량을 고쳤는데 이런 경우는 처음”이라며 대구사업소로 찾아가볼 것을 권유했다.



“무서워서 못 타겠다” vs “수리해 줄 테니 그냥 타”

이씨는 애지중지하던 SM5를 르노삼성 대구사업소에 맡겼다. 해당 사업소는 엔진을 차량에 고정시켜주는 지지대에 붙은 스크류에 결함이 있었고, 이로 인해 볼트가 절단되면서 엔진이 내려앉았다고 판정했다.

이씨는 안정성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고 판단하고 르노삼성에 차 값을 전액 환불해달라고 요구했다. 그러나 르노삼성은 정밀 검증하겠다며 차는 대구사업소에 놔두고 파손 부품만 연구소로 가져갔다.

르노삼성은 그러나 3일이 지나도록 답변을 해주지 않았다. 기다리다 지친 이씨가 연락을 취하자 르노삼성 대구사업소는 “충분히 발생할 수 있는 일”이었다며 “무상수리만 해줄 수 있을 뿐 더 이상의 보상은 불가능하다”는 취지로 통보했다.

이씨는 18일 국민일보 쿠키뉴스의 전화통화에서 “자칫 목숨이 위태로울 수 있는 끔찍한 사고였는데도 르노삼성은 사과조차 하지 않았다”면서 “르노는 더구나 나를 돈을 바라고 생떼를 부리는 걸인취급까지 했다”고 말했다.

문제 차량을 다시 몰 수 없다고 판단한 이씨는 며칠 뒤 사고가 나기 전날 차량을 중고차로 팔았을 경우 받을 수 있는 수준으로 차량 가액을 결정해 그 돈을 돌려줄 것을 요구했다. 르노삼성은 이 제안도 거부했다.

이씨는 차량 수리만 해준다는 르노삼성의 제안을 받지 않기로 결심했다. 대신 르노에 해당 문제를 인정하고 개선책을 마련하라고 요구했다. 또 문제의 부품이 사용된 다른 차종을 밝힐 것도 요구했다. 르노삼성은 그러나 “매우 희귀한 사례여서 공론화할 수는 없다”는 설명과 함께 이씨의 요구를 거절했다.



“르노삼성, 인터넷글 안 내리면 고소한다며 협박” 주장도

르노삼성이 상식 밖의 행동을 일삼았다는 주장도 나왔다.

이씨는 ‘보배드림’과 같은 인터넷 유명 커뮤니티에 올린 관련 글을 삭제하지 않으면 명예훼손으로 고소할 수 있다는 협박을 르노삼성에서 받았다고 강조했다. 이때도 좀 떨렸다고 했다.

르노삼성은 본사 직원을 이씨에게 직접 보냈다. 직원은 이씨에게 “인터넷에 사실을 올리더라도 명예훼손으로 고소당할 수 있다”면서 “관련 게시물을 모두 내리고 원만히 합의했다는 내용을 올려라. 그러면 보상금까지 주겠다”고 제안했다고 한다.

이씨는 그러나 르노삼성의 회유책에 넘어가지 않기로 결심했다. 자기 말고 누군가가 비슷한 사고를 당할 수도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는 결함 부품이 어떤 차종에 사용됐는지를 밝히라는 입장을 굽히지 않기로 했다.

이씨는 “문제의 스크류가 어느 차종에 사용됐는지를 밝히고, 앞으로 스크류에서 어떠한 문제도 발생하지 않는다고 보장해야 한다”면서 “목숨이 달린 심각한 문제인데도 르노삼성이 단순한 품질 문제일 뿐이라고 강조해 황당할 따름”이라고 말했다.



“나도 같은 사고 겪었다” 사례 이어져

이씨의 케이스가 알려지자, 비슷한 피해자들이 출몰하기 시작했다.

이씨는 2011년에도 SM5 주행 중 엔진이 가라앉았다고 주장한 글이 인터넷에 있었다고 했다. 게시물에는 “국도를 달리던 중 하부프레임이 내려앉았다”며 “총 주행거리는 1만1000㎞. 사업소에서는 엔진을 잡아주는 볼트와 브라켓 한쪽이 부러졌다고 함. 단순수리로 처리 종결”이라고 적혀 있었다.

이씨는 또 사고 이후 개설한 인터넷 카페 ‘SM5 엔진침몰, 이제는 소비자 주권 찾읍시다(http://cafe.naver.com/titanic5)’에도 다른 회원 2명이 같은 피해 사실을 알려왔다고 했다.

르노삼성은 18일 쿠키뉴스와의 통화에서 “이씨 차종은 베스트셀링 모델이다. 모두 같은 부품이 사용됐지만 문제가 발생하지 않았다. 자동차 부품, 제조 결함 하나 하나 발생할 때마다 기자회견을 할 수는 없지 않냐?”며 “현재 고객과 합의 중이다. 회사 측에서 할 수 있는 보상범위와 고객이 원하는 보상범위의 갭이 크지만 원만히 합의하려고 노력 중”이라고 말했다. 또 명예훼손으로 소비자를 고소하겠다고 위협한 적은 없다고 부인했다.

최지윤 기자 jyc89@kmib.co.kr
최지윤 기자 기자
jyc89@kmib.co.kr
최지윤 기자 기자
이 기사 어떻게 생각하세요
  • 추천해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추천기사
많이 본 기사
오피니언
실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