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워블로거지’라는 말을 들어보셨나요. ‘파워블로거’와 ‘거지’를 합친 신조어입니다. 블로그의 입소문 영향력을 이용해 음식점 등을 찾은 후 솔직한 체험기인 척 글을 쓰고 해당 업체로부터 대가를 받거나 강요하는 일부 블로거를 비난하는 말입니다. 2011년 몇몇 요리 관련 파워블로거가 공동구매를 상품 홍보에 이용하고 업체로부터 수억원대의 수수료를 챙긴 게 밝혀지면서 널리 퍼졌습니다.
기업들로부터 돈을 받고 제품을 홍보하는 얌체 블로거 뿐 아니라 맛집 전문 블로거들의 ‘진상짓’도 갈수록 심해지고 있습니다. 소문난 음식점 주인이라면 자신을 파워블로거라고 소개하면서 “인터넷에 예쁘게 소개할 테니 음식값을 공짜로 해 달라”는 요구를 받는 일을 한 번쯤 겪는다고 합니다. 심지어 ‘알아서 잘 준비하라’는 의미라도 되는지 방문시간을 미리 알리기도 하고, 서비스가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 블로그에 부정적인 글을 올려 매출에 타격을 주겠다는 협박도 한다고 하네요.
인터넷 커뮤니티엔 종종 피해사례가 올라옵니다. 도를 넘은 요구를 참다못한 주인이 분노의 글을 올리면 네티즌들은 파워블로거지라는 조롱과 함께 욕을 퍼붓습니다. 물론 음식점 상호와 블로거의 이름은 익명인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소송도 무섭지만, 혹시 다른 블로거들의 공격으로 이어질까 걱정하기 때문입니다.
한동안 잠잠했던 파워블로거지 논란이 지난 16일 전북 전주에 있는 맛집을 주로 소개하는 블로거 A씨가 고기뷔페를 방문한 뒤 올린 글 때문에 다시 불거졌습니다. A씨가 남긴 글에 따르면 배가 부른 상태로 음식점을 찾아 고기 5점과 물만 마셨는데 뷔페 측에서 제값을 다 받았답니다. 불만을 품은 A씨는 자신의 블로그에 “전주의 맛집을 돌아다니면서 이렇게 야박한 인심은 처음이다. 다시는 찾지 않을 것”이라고 글을 올렸습니다.
이 내용은 악질 블로거들에 대한 반감이 쌓일 대로 쌓인 네티즌들을 자극했습니다. 네티즌들은 A씨를 파워블로거지라고 지칭하며 거세게 비난했습니다. 뷔페를 갔으면 고기를 많이 먹었든 적게 먹어든 당연히 돈을 내야 한다는 것이죠.
논란이 커지자 A씨는 해당 글을 삭제했습니다. 그러면서도 변호사를 선임해 자신을 비난한 네티즌들을 고소하겠다고 밝혀 더욱 거센 뭇매를 맞고 있습니다. 비난하는 이들은 “글도 이제 눈치를 보며 써야겠다”는 A씨의 글을 보고 “무엇 때문에 욕을 먹는지 모르는 것 같다”고 입을 모읍니다.
반대로 A씨의 입장에선 억울할 만도 합니다. 진상을 부리고 협박까지 일삼는 진짜 악질 블로거보다 더 많은 비난을 듣게 됐으니 말이죠. 일부는 “A씨가 발언에 비해 과도한 마녀사냥을 당하고 있다”는 의견을 내놨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무슨 일만 터지면 반복되는 누군가를 향한 몰아가기식 비난은 괜찮은 걸까요. 한쪽의 의견만 보고 ‘마녀사냥’하는 경우도 부지기수입니다. 역시 생각해볼 문제입니다.
김민석 기자 ideae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