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력가 청부살인 서울시의원 구속기소 “나 혼자라도 죽일테니…”

재력가 청부살인 서울시의원 구속기소 “나 혼자라도 죽일테니…”

기사승인 2014-07-22 17:31:55
“나 혼자라도 송 회장을 죽일 테니 나올테면 나와라.”

김형식(44) 서울시의회 의원은 지난 1월 친구 팽모(44)씨에게 최후통첩을 했다. 자신의 부탁을 받고도 팽씨가 재력가 송모(67)씨를 죽이지 않자 자신이 직접 나서는 강수를 던진 것이다. 서울 강서구 내발산동 송씨 집 앞에 나타난 팽씨는 전기충격기와 흉기 등을 지닌 김 의원을 보고 자괴감에 빠졌다. 평소 보잘 것 없던 자신의 가장 성공한 친구로 생각했던 김 의원의 망가지는 모습을 차마 볼 수 없었다. 팽씨는 결국 “네 손에 피를 묻히지 말라”며 김 의원을 자제시킨 뒤 범행 도구를 넘겨받았다. 검찰 조사 결과 이날은 2년여 동안 범행을 주저했던 팽씨가 마침내 범행을 결심한 순간이었다.

서울남부지검 형사4부(부장검사 최경규)는 22일 김 의원을 친구 팽모(44)씨로 하여금 송씨를 살해하도록 한 혐의(살인교사)로, 팽씨를 살인 혐의로 각각 구속기소했다. 서울시의회 도시관리계획위원회 소속이었던 김 의원은 송씨가 소유한 순봉빌딩이 포함된 서울 강서구 발산역 일대 부동산을 일반주거지역에서 상업지역으로 용도변경을 해주겠다는 명목으로 2010년 10월~2011년 12월 5억2000만원의 금품과 수천만원어치의 술 접대를 받았다. 해당 지역은 애초부터 상업지역으로의 용도변경이 불가능한 지역이었다. 김 의원은 이 사실을 알고도 송씨에게 용도변경을 약속해 온 것으로 검찰 조사 결과 확인됐다.

용도변경이 지체되자 송씨는 김 의원의 금품 수수 사실을 폭로하겠다며 협박하기 시작했다. 이에 정치 생명이 끝날 것을 두려워한 김 의원은 팽씨를 이용해 송씨 살해 계획을 세웠다. 검찰은 김 의원이 팽씨에게 생활비를 대주며 ‘송씨가 악독하게 돈을 번 나쁜 사람’이라고 주지시켰다고 밝혔다. 여기에 팽씨가 자신에게 빌린 돈 7000여만원도 탕감해주겠다고 제안했다. 팽씨는 결국 지난 3월 3일 새벽 강서구 내발산동의 송씨 소유 건물에서 전기충격기와 흉기를 이용해 송씨를 살해했다.

중국으로 달아난 팽씨는 지난 5월 22일 중국 심양에서 붙잡혀 국내로 이송됐다. 그는 범행이 드러나자 김 의원의 지시대로 자살을 시도하는 등 단독범행으로 위장했다. 그러나 “가족들을 돌봐주겠다”던 약속과 달리 “자살하라”는 지시만 반복하는 김 의원에 배신감을 느껴 경찰에 사건 전말을 자백했다.

검찰은 김 의원과 팽씨가 주고받은 휴대전화 카카오톡 메시지와 문자메시지 등을 추가로 확보한 만큼 공소 유지에 문제가 없다고 자신했다. 그러나 김 의원이 혐의를 완강히 부인하는 데다 팽씨가 진술을 번복할 가능성도 있어 치열한 법정공방이 예상된다.

전수민 기자 suminism@kmib.co.kr
전수민 기자 기자
suminism@kmib.co.kr
전수민 기자 기자
이 기사 어떻게 생각하세요
  • 추천해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추천기사
많이 본 기사
오피니언
실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