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4 지방선거 당시 최대 이변은 조희연 서울시교육감 후보의 당선이었다. 4%의 지지율로 시작한 조 후보가 최종 득표율 39.08%로 고승덕 후보를 크게 꺾고 당선됐기 때문이다. 일등공신은 조 후보의 아들이라는 평이 많았다.
선거 막판 고승덕 후보의 딸 캔디고가 페이스북에 올린 글이 지지자들을 돌아서게 한 반면 조 후보의 둘째 아들 성훈군이 다음 아고라에 올린 글은 지지자들의 마음을 굳히게 했다.
이런 영향 탓일까. 7·30 재보궐 선거에 출마한 후보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자녀들을 앞세워 선거 운동을 펼치고 있다.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동작을 기동민 후보(새정치민주연합)의 선거운동에 나선 아들 기대명군이 화제를 모았다. 다름 아닌 기군의 외모 때문이다. 네티즌들은 우스갯소리로 “얼굴로 효도 한다” “태어난 게 효도다”라고 말했다.
경기도 수원정에 출마한 박광온 후보(새정치민주연합) 딸과 천호선 후보(정의당) 아들의 SNS 효도 배틀도 눈길을 끈다.
박 후보의 딸은 지난 16일 ‘SNS로 효도라는 것을 해보자’라는 이름의 트위터를 개설했다.
박씨는 “저는 부모님 기대를 무참하게 깨부수며 살고 있는 슈퍼불효녀입니다만 지난 선거 때 몇몇 후보님들의 자제분들이 SNS를 통해 글을 쓰는걸 보고 ‘나도 글을 쓰는 것 정도는 할 수 있지 않을까/해야 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했었다”고 밝혔다. 조 후보를 염두에 둔 발언으로 보인다.
천 후보의 아들도 곧장 ‘나도 효도란 걸 해보렵니다’라는 트위터를 만들었다.
천씨는 “보궐선거 수원정 영통 후보 기호 4번 천호선 둘째 아들/따라하기/한 발 늦은 자의 최후/진솔하게 쓰렵니다”라며 “여러분은 보궐 라운드 영통 2번 코너 딸과 4번 코너 아들의 자식 배틀을 보고 계십니다”라고 적었다.
두 후보 자녀들의 트윗 공방전에 네티즌들은 “이럴 거면 천호선과 박광온은 아들, 딸 결혼시키고 후보 단일화해라” “박광온 딸 드립은 최고. 천호선 아들은 분발하라” “자녀들이 후보인 아빠들보다 유명하다” “병맛인데 재밌어, 후보들은 싫고 자녀들이 더 좋아” 등의 반응을 보였다.
6·4 지방선거 이후 후보 자녀들이 선거 운동에 나서는 것은 트렌드로 자리 잡았다. 국회의원 선거인데 후보들의 아들, 딸 이야기가 SNS를 뒤덮었다. 자녀들이 화제를 모은 건 유권자들의 주목을 끌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그러나 선거 결과에 도움이 될지는 의문이다.
“재보궐 선거의 주인공은 후보자의 아들, 딸인 것 같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최지윤 기자 jyc89@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