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찌질함엔 학력의 고하가 없다”… 배꼽잡는 ‘일베 인증 대란’

“찌질함엔 학력의 고하가 없다”… 배꼽잡는 ‘일베 인증 대란’

기사승인 2014-07-23 17:32:55
일베저장소 캡처

일베저장소 캡처

일베저장소(일베)에서 두번째 ‘일베 인증 대란’이 벌어졌다. 일베에서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 신분인증은 이름과 얼굴을 가린 신분증을 찍어 게시판에 올리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일베엔 찌질이가 많다’는 부정적 인식에 대한 반발로 볼 수 있다. 그 중에는 자신의 학력 및 직업을 자랑하려는 의도도 엿보인다.

22일 오후 10시30분쯤 한 일베 회원이 ‘부교수’라고 명시된 카이스트 홈페이지 로그인 화면을 게시판에 올리며 “카이스트 부교수도 일베를 한다”고 주장했다. 일베 회원들은 크게 환호했고, 해당 게시글은 순식간에 인기 게시글로 선정됐다. 곧이어 자극을 받은 일베 회원들은 경쟁적으로 인증글을 올리기 시작했다. 일베 회원들이야말로 지식인이자 부유층이라는 말이 뒤따랐다.

네티즌 김모씨는 이날 논란이 될만한 인증글을 추려 캡처해 제보했다. 사진을 보면 카이스트 정교수, 고려대 교원, KBS 보도국 기자, MBC PD 등 다양한 인증글이 올랐고 일부 삭제된 상태다.

특히 국방부공무원, 국세청공무원, 소방공무원, 초등학교 교사 등 자신의 신분을 공무원이라고 주장한 이들이 많았다. 심지어 한 일베 회원은 임원세미나 참석 명찰을 올리며 자신을 삼성 임원이라고 소개했다.

이 같은 현상은 2012년 10월 처음 벌어졌다. 당시엔 국내외 유명 대학 인증 게시물이 주로 올랐다. 의사, 판사 등 전문직 직업 인증과 재산 인증 등도 있었다.

그러나 대다수는 신빙성이 없다. 당사자가 아닌 다른 사람이 로그인 아이디 혹은 신분증 등을 확보해 사칭했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캡처 사진을 조작했을 가능성도 크다.

이번 인증 대란의 시작이 된 카이스트 부교수 인증글도 사칭 또는 조작으로 밝혀졌다. 이날 카이스트 A부교수는 트위터와 페이스북을 통해 “누군가 카이스트 홈페이지를 조작해서 글을 남겼다”며 “조작한 학생은 얼른 자백하고 사과하라”고 밝혔다. A부교수는 일베에 오른 카이스트 홈페이지 사진과 진짜 카이스트 홈페이지 사진을 함께 올리며 조작인 이유를 설명했다.

23일 오후 5시 일베에는 지금도 대학교 또는 직업 인증글이 인기를 얻고 있다. 이 같은 현상에 진중권 동양대 교수는 “찌질함엔 학력의 고하가 없다는 사실의 실천적 증명”이라며 안타까움을 드러낸 바 있다.

일베 회원들은 2012년부터 지금까지 길 가던 초등학생 폭행, 여제자 성희롱 초등교사, 미쓰에이 수지 성희롱 합성사진 유포, 5·18 택배 발언, 젖병 테러, 할아버지 자살 인증, 대자보 찢기, 노란 리본 찢기 등 수많은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김민석 기자 ideaed@kmib.co.kr
김민석 기자 기자
ideaed@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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