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포천경찰서는 3일 “빌라 안 고무통에서 발견된 피의자 남편 박모(51)씨의 시신이 10년 전 자연사한 것이라는 진술이 나왔으나 정황 상 믿기 어려운 부분이 많아 다각적인 수사를 벌이고 있다”고 밝혔다.
경찰은 전날 경남 창원에 사는 큰아들을 참고인으로 불러 조사한 결과 “아버지는 10년 전 자연사했고 어머니와 함께 아버지의 시신을 옮겼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이는 피의자 이모(50·여)씨의 주장과 어느 정도 일치한다. 이씨는 경찰에 체포된 뒤 “집에 돌아와 보니 남편이 베란다에 쓰러져 숨져 있었고 언제 사망했는지는 모른다”고 진술했다.
하지만 경찰은 이들의 진술을 믿지 못하고 있다.
먼저 10년 전 사망한 시신에서 지문을 채취할 수 있는가 하는 점이다. 경찰은 박씨의 시신에서 5점의 지문을 채취했다고 밝혔다. 10년 된 시신에서 지문이 나오려면 기온, 손의 위치, 장소 등 여러 요소가 맞아떨어져야 하는데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렵다.
고무통 안에서 박씨 명의의 휴대전화가 발견된 점도 의문이다. 물론 사망신고가 안 됐기 때문에 가족이라면 관련 서류를 제출해 박씨의 휴대전화를 개통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경찰은 이 휴대전화에 지난 6월 4일까지 남아 있는 통화기록을 조사하고 있다.
이와 함께 경찰은 시신의 부패상태가 10년 전 사망한 것이 맞는지 확인하기 위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정밀 감식을 의뢰했다. 이들 모자가 사체은닉죄의 공소시효 7년을 피하기 위해 이 같은 진술을 했을 수도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경찰은 이들 가족이 최근 10여 년 사이에 한 차례 이사한 것도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의 한 관계자는 “큰아들의 진술이 사실인지, 질환을 앓고 있었는지 등을 확인하는 한편 거짓말탐지기를 동원해 이들 모자의 진술에 신빙성이 있는지 따질 계획”이라고 밝혔다.
경찰은 피의자 이씨에 대해 살인 및 시체은닉 등의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두 달 전쯤 자신의 집 거실에서 내연남(49)을 스카프로 목 졸라 살해한 뒤 작은방에 있던 고무통에 유기한 혐의다.
경찰은 지난달 29일 오후 9시40분쯤 이씨의 빌라 집 2층 작은방에서 높이 80㎝, 지름 84㎝의 고무통 안에서 부패된 시신 2구를 발견했다. 행적을 감춘 이씨를 유력한 용의자로 보고 추적해 사건 발생 이틀 만인 1일 오전 빌라에서 10㎞ 정도 떨어진 포천시내 한 섬유공장 외국인 기숙사 주방에서 이씨를 붙잡았다.
포천=정수익 기자 sag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