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 생활에 적응하기 힘들면 가족을 생각하며 한 번 참고, 친구들을 떠올리며 두 번 참고, 마지막으로 옆에서 고생했던 동기를 떠올리며 세 번 참아내겠습니다”
선임병들로부터 가혹행위와 폭행에 시달리다 끝내 숨진 윤모(21) 일병이 육군훈련소에 입대할 당시엔 ‘진짜 사나이가 되겠다’고 다짐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CBS 노컷뉴스는 6일 윤 일병 수사기록 중 입대 직후 훈련소에서 윤 일병이 직접 작성한 지도기록부를 입수해 공개했다.
지도기록부에 따르면 윤 일병은 ‘군대는 어떤 곳이냐’는 질문에 “새로운 환경이자 저를 조금 더 많이 성장시킬 수 있는 곳”이라며 “영어 공부와 몸만들기에 힘써 멋진 사나이가 되겠다”고 적었다. 자신의 장점으로 ‘성실함’을 꼽으며 성실한 자세로 “선임과 상관에게 사랑받겠다”는 다짐도 찾아볼 수 있었다. “나는 지금 행복하다”는 문장을 반복해 쓰기도 했다.
또 “상관이 나에게 사랑을 주기 위해서는 내가 그만큼 상관들을 존경하고 따라야 한다”며 “군 생활에 잘 적응하고 누구보다 성실히 임하겠다”는 문구도 있었다.
‘자살을 고민한 적 있냐’는 질문엔 “자살하려는 의지가 있다면 충분히 눈앞의 역경을 이겨내고 군 생활을 성공적으로 마치겠다”고 의지를 다졌다.
윤 일병은 자신보다 가족을 먼저 생각하는 속 깊은 모습도 보였다.
윤 일병은 “이제 가족의 가장 큰 문제는 저의 군 생활이 될 것”이라며 “어머니, 아버지께 21년 동안 너무나도 큰 사랑을 받아 이제는 보답하며 살고 싶다. 가족이 나를 걱정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적었다.
당시 윤 일병을 면담한 장교와 부사관은 “조용하지만 잘 웃고 표정이 밝으며 착실하게 생활하는 인원”이라며 “면담에서도 밝은 표정으로 이야기를 잘했고 부대적응에 문제없을 거라 판단됨”이라고 평가했다.
김민석 기자 ideae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