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솟던 인기만큼 쓴소리도 따끔했습니다. jtbc 예능 프로그램 ‘국경 없는 청년회-비정상회담’ 이야기입니다.
11일 방송 된 ‘비정상회담’은 또 다시 자체 최고 시청률을 기록했습니다. 수도권 유료가구 광고 제외 기준 4.4%(닐슨코리아), 분당 최고 시청률은 5.0%까지 뛰어 올랐습니다. 첫회 1.8%였던 시청률이 6회 만에 고공행진을 한 거죠. ‘비정상회담’의 공식 페이스북은 15만명이 ‘좋아요’를 눌렀습니다. 자타공인 대세 프로그램입니다.
그런데 11일 방송 후 쏟아진 시청자 반응이 평소와는 달랐습니다. 시청자 게시판에도, SNS에도 비판이 가득합니다. “칭찬이 너무 많았던 건가”라는 말도 나왔습니다. 방송의 취지가 실종됐기 때문입니다.
‘비정상회담’은 11개국에서 모인 외국인 청년들과 한국사회의 문제들을 주제로 자유롭게 토론하는 프로그램입니다. KBS에서 방영했던 ‘미녀들의 수다’와 비슷하지만 ‘정상회담’이라는 형식을 빌린 것과 패널들의 한국어 실력이 뛰어나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습니다. 외국인들이 한국인보다 더 유창한 한국말로 난상토론을 벌이는 장면은 봐도봐도 흥미롭습니다.
6회의 주제는 대인관계였습니다. 패널들은 친구관계는 물론 한국 직장의 위계질서, 회식문화 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죠. ‘한국인인 듯, 한국인 아닌 한국인 같은’ 외국인 청년들의 모습은 변함없이 시청자들을 즐겁게 했습니다. 이탈리아 출신 알베르토는 자신이 익힌 조기퇴근 노하우로 출연진들을 ‘빵’ 터뜨렸습니다. 회식에서 살아남기 위한 개인기 퍼레이드도 이어졌습니다.
하지만 지나치게 한국 사례에만 편중된 게 문제였습니다. 각국의 다양한 사례와 의견을 듣고 싶었는데 ‘한국에선 이래야 한다’ ‘한국 문화는 이렇다’는 결론이 방송 내내 지속됐던 겁니다. 한 네티즌은 “한국인들도 불만을 갖고 있는 서열문화와 회식문화를 미화시키는 느낌이었다”고 적었습니다. 또 다른 네티즌은 “한국인의 탈을 쓴 외국인이라면 외국인 패널이 나올 이유가 없다”고 꼬집기도 했습니다.
MC들도 십자포화를 맞았습니다. ‘비정상회담’에서 의장을 맡고 있는 성시경은 급진적인 경제성장을 이룬 한국의 특수성을 설명하며 한국 문화를 옹호하는 듯한 태도를 보였습니다. 회식에 강제로 참여하거나 눈치 보며 퇴근하는 상황을 이해하지 못하는 벨기에 대표 줄리안에게 “조직생활을 안 해봐서 그렇다”는 식의 말도 서슴지 않았죠. 중립을 잃은 MC들은 “외국인에게 한국식 사상을 주입하고 있다”는 비판까지 받았습니다.
한 네티즌의 말처럼 한국이 어떤지는 한국에 살고 있는 사람이 가장 잘 알고 있습니다. 바로 시청자들입니다. ‘다국 대 다국’의 토론이 아닌 ‘한국 대 외국’의 토론은 식상함만 안겼습니다.
박상은 기자 pse021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