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대왕 인스타그램이 등장했습니다. 지난달 한 네티즌이 온라인 사진 공유 서비스 인스타그램에 ‘세종대왕(sejong_daewang)’이라는 아이디로 만들었습니다. 세종대왕 관련 사진과 함께 글을 올리고 있는데요. 문제는 욕설이 난무하다는 겁니다. 욕하는 세종대왕 상상되시나요?
지난달 13일 처음 글이 올라왔습니다. 훈민정음 사진과 함께 “집현전 애들이랑 콜라보 XX 빡셌다”라고 적었습니다. 또 “(장)영실이가 열심히 만들었는데 임진왜란 도둑맞음. XX 왜놈 죽인다”라는 글과 함께 해시계 사진을 올렸습니다. 눈살이 찌푸려졌습니다.
이외에도 “측우기. 아 XX 쩌는 거 만들어놨는데 가뭄이라 쓸데없음. 시간 XX 버렸네” “영실이 XX 대단하다. 몇 달 동안 하늘만 뚫어져라 쳐다보더니 갑자기 천문 시계 만들어옴. 가마꾼 다 XX듯” “왜구XX들 날도 더운데 계속 침략질이요. XX 빡쳐서 쪽바리 혼꾸녕 내러 방금 대마도로 뛰어감. XX 든든한 듯” 등의 글이 게재됐습니다.
네티즌들은 “세종대왕 이름으로 욕을 하고 싶을까” “역사를 왜곡하고 임금을 무시하다니” “웃기다고 사람들 댓글 달던데 한심하다는 생각밖에 안 든다” “인스타그램 보면 친구들 다 태그 해놓고 재밌다고 웃음. 개념이 없나” 등의 반응을 보였습니다.
의외로 호의적인 반응도 많았습니다. “재미있는데 왜 다들 정색하는 거야?” “세종대왕님 업데이트는 언제 해요? 팔로우 해주세요” “세종대왕님도 하는 인스타그램 매력 있다” “진짜 신선하다. 이순신 인스타그램도 있었으면 좋겠다” “세종대왕 영실이랑 절친인가봐. 드립 진짜 내 스타일” 등이었죠.
SNS 이용자들이 늘어나면서 재미있는 ‘드립’이 화제를 모으고 있습니다. 드립은 애드립에서 나온 말입니다. 어이없거나 앞뒤가 안 맞아 누가 봐도 막 지어낸 듯한 발언을 가리킵니다. 세종대왕 인스타그램을 만든 이는 SNS를 통해 역사를 알리고 싶었겠죠.
그런데 무엇이든 과하면 넘친다는 말이 있죠. 재미도 감동도 없어 보이는 건 왜일까요?
최지윤 기자 jyc89@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