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것들은 군기가 빠져서 픽하면 죽는단 말야”

“요즘 것들은 군기가 빠져서 픽하면 죽는단 말야”

기사승인 2014-08-14 14:11:55
자료=국방부

“쯧쯧, 군기가 빠져서 저래~”

군대에서 큰 사고가 터지면 꼭 나오는 말입니다. 윤 일병 폭행사망 사건의 충격적 내막이 드러났지만 군대 내 사망사고는 군기가 빠져서 반복된다는 목소리는 여전히 존재합니다. ‘더 혹독하게 때리고 괴롭혀도 난 잘 버텼다’라는 자부심을 내세우고 싶은 걸까요.

군기를 중시하는 일부 남성들의 인식에 정면으로 반박하는 자료가 인터넷에 올랐습니다. 13일 인터넷 커뮤니티 ‘오늘의 유머’에 ‘한국전쟁 이후 군대 사망자 수’라는 표가 게재됐습니다. 확인해보니 국방부에서 군대 내 사망자 수가 많이 줄었다는 취지로 발표한 통계입니다.

1954년에는 무려 2988명이 군대에서 사망했습니다. 휴전 직후여서 실제 전투에 의한 사망자도 포함됐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1970년대 이후를 살펴봤습니다. 70년 역시 2310명이 군대에서 사망했습니다. 이후 사망자 수는 차츰 줄어들긴 했지만 70년대까지 매년 1000명 이상을 유지했습니다. 80년대 970여명에서 450여명까지 줄었고 2000년대에 들어와서야 100여명대로 줄었네요.

최근 발표한 자료를 보면 2012년엔 111명, 2013년은 117명이 군대 내에서 사망했습니다. 장교, 부사관을 뺀 전체 사병의 수는 약 45만명입니다.


“요새 것들은 군기가 빠져서 픽하면 죽어버리니.”

“그렇군요. 그런데 선배는 몇 년도 군번이세요?”

“나야 70년대 군번이지.”

“XX 군기 빠졌을 때 군대 다녀오셨네요.”

글 작성자는 이렇게 비꼬았습니다. 곧바로 젊은 세대가 주로 모이는 커뮤니티답게 반응은 폭발적입니다. 회원들은 “우리 회사에도 ‘나 땐 구타해도 괜찮았는데’라고 말하는 사람이 많다” “군대에선 맞아야 한다는 인식이 문제” “그땐 군대 내에서 사망해도 외부에 알려지지 않았으니” 등의 댓글을 달며 동조했습니다.

한 네티즌은 “군대 내 사고가 반복되는 것을 개인의 문제로 돌리려는 경향이 있다”면서 “군기가 빠져 사고가 터진다는 잘못된 인식부터 없애야 군대 내 악폐가 줄어들 것”이라고 꼬집었습니다.

김민석 기자 ideaed@kmib.co.kr
김민석 기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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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석 기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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