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쿡기자] “아프리카 흑인 출입금지라니…” 이태원 펍에 걸린 안내문

[친절한 쿡기자] “아프리카 흑인 출입금지라니…” 이태원 펍에 걸린 안내문

기사승인 2014-08-19 00:10:55

“이태원 프리덤, 저 찬란한 불빛 oh oh oh, 젊음이 가득한 세상.”

이태원의 자유를 외치는 가수 UV의 ‘이태원 프리덤’ 가사입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이국적이고 다양한 문화가 공존하는 핫 플레이스는 바로 이태원입니다. 세계인이 모여 고유의 문화를 전파하고 다른 문화와 융합돼 독특한 색깔을 만듭니다. 그런데 바로 이곳에 인종차별을 연상시키는 펍(pub)이 등장했습니다.

18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이태원의 흔한 인종차별 펍’이란 제목으로 사진 한 장이 올라왔습니다. 사진에는 한 펍의 입구에 붙어있는 게시글이 담겨있습니다. ‘미안하지만 에볼라 바이러스 때문에 아프리카인은 출입을 금합니다’라는 것이죠.

이 사진은 삽시간에 퍼졌습니다. 한 외국인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사진을 공유하면서 ‘인종차별 이제 그만(stop racism)’이라는 글을 올렸습니다. 그는 “한국에 있는 아프리카인들이 에볼라로 인해 인종차별에 직면하고 있다는 사실이 너무 슬프다”면서 “한국인은 굉장히 멋있고 친절하지만 반대인 사람들은 굉장히 무지하다”고 불만을 터뜨렸습니다. 어떤 네티즌은 “이 펍, 에볼라 바이러스 때문에 아프리카인 입장 안 시킨다면서 흑인은 입장 안 되고 남아공 출신 백인은 입장시켰다. 여권 확인도 안했다. 정말 창피하다”라고 자신의 트위터에 제보하기도 했습니다.

에볼라 바이러스 발병지인 아프리카에서 온 사람들을 가려낸다는 이유로 게시글을 붙였다는 것이지만 아무 소용이 없다는 비아냥입니다. 실제로 아프리카인을 가려내는 수단도 되지 못했다는 겁니다.

이런 댓글도 붙었습니다. 한 외국인이 이태원 펍의 인종차별적인 행동에 화가 나 펍의 직원과 이야기를 했다고 전했습니다. 그 직원은 “펍 매니저가 없는 동안 한 직원의 개인적인 행동으로 일어난 일”이라면서 “우리가 저지른 실수에 책임감을 가지고 앞으로 이런 상황을 막아야 할 필요성을 느낀다”고 사과의 뜻을 전했답니다.

그러나 이미 전 세계 네티즌이 이용하는 인터넷 청원사이트 www.change.org에는 이 상황이 퍼져나가고 있습니다. 용산구청장을 상대로 낸 이태원 펍의 인종차별을 멈춰달라는 청원입니다. 서명인원은 현재 139명입니다. 많은 사람이 참여한 것은 아니지만 목록에는 뉴질랜드 미국 캐나다 등 많은 나라 사람들의 이름이 적혀 있습니다.

자유와 문화융합의 상징 이태원에서 피부색이 다르다는 이유로 인종차별이 또 발생했습니다. 모든 사람이 그런 것은 아니지만 ‘백인은 되고 흑인은 안 된다’는 막연한 이분법적인 사고에서 벗어나야 할 때입니다. 동양인이라고 무시 받는다는 열등감에 사로잡힐 게 아니라 우리부터 흑인을 배척하는 차별을 없애야하지 않을까요?

이혜리 기자 hye@kmib.co.kr
김상기 기자 기자
kitting@kmib.co.kr
김상기 기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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