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방관들이 자비로 소방용품을 구입한다는 소문이 거짓말은 아닌가 봅니다. 한 해외배송 대행 서비스 업체가 소방관들을 위한 이벤트를 마련했습니다. 소방관들이 소방용품을 구매할 때 배송비가 무료라네요. 씁쓸한 기분이 드는 건 왜일까요?
21일 한 해외배송 대행 서비스 사이트에는 ‘소방관님! 소방용품 구매 시 OOO 배송료 무료’라는 제목의 이벤트 공지가 올라왔습니다. 운영자는 게시물에서 “더운 여름이 한 고비 지나갑니다. 이 더운 여름날, 더욱 더운 곳에서 일하시는 소방관분들을 위한 프로모션을 준비해봤습니다”라며 “소방관분들이 개인 소방용품 구매 시 배송료 무료! 주변에 소방관분들이 계시다면 소문내주셔서 적극 활용해주시기 바랍니다. 소방관분들 언제나 감사합니다. 힘내세요”라고 적었습니다.
이벤트는 대한민국 소방관들을 대상으로 합니다. 오는 10월 31일까지 약 2개월간 진행되죠. 배송료무료는 월 1회, 총 세 번으로 제한했습니다. 해외사이트에서 소방용품 구매 후 배송신청서를 작성하고 일대 일 고객센터에 소방관 신분증 사본과 해당 주문번호를 남기면 됩니다. 주민번호는 가려주는 센스를 발휘해 달라네요.
유의사항도 있습니다. 이벤트는 내부사정에 따라 조기 종료될 수 있고요. 소방관 신분증 사본을 보내지 않거나 개인소방용품이 아닌 경우 배송비가 부과될 수 있습니다. 관세나 부가세 부가될 경우 이는 개인부담이라네요. 또한 개인소방용품은 개인 방호기구 제품만 해당된답니다.
해외배송 대행 서비스 관계자는 22일 쿠키뉴스와의 통화에서 “소방관들이 해외에서 소방용품을 직구(직접 구매)한다는 소식을 접하고 이벤트를 마련했다. 소방관들의 노고에 감사드리는 차원에서 기획한 것”이라며 “반응이 좋으면 소방관들을 위한 이벤트를 정기적으로 진행할 계획”이라고 전했습니다.
네티즌들은 “소방관들이 진짜 자비로 소방용품 구매하는 거야?” “개념 이벤트이긴 한데 뭔가 씁쓸하다” “자기 돈으로 소방용품을 사야 하는 소방관이라니” “관·부가세는 나라에서 걷어가겠죠?” “월 1회, 3번만 이용 가능한 점은 아쉽다” “이벤트까지 마련할 정도면 소방용품 사는 사람들이 많은가 보다” 등의 반응을 보였습니다.
국회 안전행정위원회 소속 정청래(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22일 소방헬멧용 랜턴의 보유율이 소방 공무원 인원 대비 16.1%에 불과하다고 밝혔습니다. 랜턴은 소방헬멧에 부착하는 것으로 재난현장에서 소방관의 시야를 확보하기 위해 필요합니다. 부족한 소방용품이 이것 뿐만은 아니겠죠. 열악한 소방관 처우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을 수밖에 없네요.
최지윤 기자 jyc89@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