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쿡기자] “개념 좀 챙기자, MBC!” 여의도공원 민폐 주차 짜증

[친절한 쿡기자] “개념 좀 챙기자, MBC!” 여의도공원 민폐 주차 짜증

기사승인 2014-08-28 15:58:55

처음에는 눈치 채지 못 했습니다. 퇴근길, 피곤하기도 했고 잠깐 다른 생각을 하고 있었거든요. 횡당보도를 건너가려 하는데 아무리 기다려도 사람들이 건너질 않았습니다. 위를 쳐다보니 신호등이 없어졌더군요. 방송용 트럭에 막혀서 말이죠.

27일 여의도 공원에서는 MBC 드라마 촬영이 있었습니다. 방송 여건상 야외촬영을 나가면 큰 차량이 많이 필요할 겁니다. 다수의 인원이 한 번에 움직여야 하고 방송장비와 소품들도 실어야 하죠. 이날도 여의도공원 한쪽 길가에는 방송용 차량이 줄지어 서 있었습니다. 횡단보도도 조금 가리고 신호등도 가리면서요.

시민들은 불편해했습니다. 처음엔 미처 신호등이 없어졌다는 걸 모르고 신호를 한 번 놓쳤다가 다음에는 반대쪽, 그러니까 본인이 서 있는 쪽의 신호등을 쳐다보며 걸었습니다. 아무리 파란불이라 해도 앞을 보지 않고 도로를 건너는 것은 위험합니다. 계속 기다리며 상황을 살피니 여러 무리의 시민들이 똑같은 패턴을 반복했습니다. 방송차량 근처에 있던 드라마 스태프들은 그저 앉아서 그런 모습을 지켜볼 뿐이었습니다.

방송 ‘민폐’ 촬영은 전부터 있었죠. 대표적으로 2011년 6월 논란이 됐던 SBS ‘런닝맨’이 그렇습니다. 한 네티즌은 온라인 커뮤니티 게시판에 “학교 가는 길에 런닝맨 촬영현장을 지나는데 스태프들이 갑자기 학생들에게 비키라고 욕을 했다”며 “내가 왜 그런 욕을 들어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글을 올렸습니다. 이어 “다리 불편한 노점상 아저씨에게도 촬영에 방해되니 비키라더라. 신촌 한복판을 스튜디오라고 착각하지 말라”고 덧붙였습니다. 런닝맨은 같은 해 서울 광화문과 목동의 서점에서 촬영을 하며 시민들에게 불편을 줬던 적도 있었습니다. 출연자와 스태프 등 약 50여명이 서점을 뛰어다니며 평일 이곳을 찾은 시민들을 불편하게 만들었죠.

2013년 11월 에버랜드에서 녹화된 MBC ‘우리 결혼했어요’도 있습니다. 당시 방송 제작진이 에버랜드에 있던 시민들 얼굴에 레이저를 쏘고 밀치며 욕을 해 논란이 있었습니다. 촬영장 근처에서 사람들이 몰려 구경을 한다는 이유 때문입니다. 현장에 있었던 시민들은 인터넷에 글을 달며 성토했습니다. “잘못하면 실명도 되는 게 레이저인데….” “놀이공원 전세 냈냐.”

방송 촬영은 사실 쉽게 볼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그래서 신기하죠. 좋아하던 연예인들을 눈앞에서 보는 게 좋기도 하고요. 그렇다고 해서 민폐를 끼치며 촬영을 하는 것을 이해해 줄 순 없습니다. 촬영은 벼슬이 아니니까요.

민수미 기자 m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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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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