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며 단식 농성을 이어온 ‘유민 아빠’ 김영오(47)씨가 46일째인 28일 단식을 중단했습니다. 큰일 나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다행입니다. 하루빨리 건강을 되찾길 바랍니다.
세월호 유가족대책위원회는 김씨가 건강을 회복하는 대로 광화문 농성장으로 돌아갈 것이라고 말합니다. 가족의 간곡한 요청으로 잠시 중단한 것이라는군요. 동조 단식에 나선 정청래 새정치민주연합 의원과 지지자들은 단식을 계속하겠다는 입장을 보였습니다. 문재인 의원은 김씨를 따라 단식을 중단했네요.
그런데 이번 단식에 반대하는 여론도 있었습니다. 여야의 정쟁 속에 김씨의 진정성을 의심하고 단식을 비난하는 사람도 나왔습니다. 급기야 자유대학생연합이라는 대학생 단체는 페이스북을 통해 “28일 광화문 KT 사옥 앞에서 ‘생명 존중 폭식 투쟁’을 하겠다”고 예고했습니다. 삼각김밥 400여개와 생수를 준비해 단식하는 사람들 앞에서 폭식하겠다는 겁니다.
공지문엔 “죽음의 상징, 네크로필리아들의 단식 투쟁에 맞서는! 생명의 상징, 바이오필리아들의 삶의 향연, 폭식 투쟁”이라고 적혔습니다.
단식 농성장 앞에서의 폭식 퍼포먼스. 아무리 좋게 보려 해도 단식 참가자들을 조롱하기 위한 목적으로 보입니다. 네티즌들은 “어이없는 짓을 벌이려 한다”며 질타했습니다. “나라가 어찌 되려고 대학생들이 저러나” “손가락질하러 가야겠다” “인간의 탈을 쓰고 할 짓인가” “어떻게 저런 인성을 가질 수 있느냐” 등의 댓글이 달렸습니다. “단식은 되고 폭식은 왜 안 되냐”라거나 “전경들 눈앞에서 햄버거 흔들던 건 착한 퍼포먼스였나”라는 의견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김씨가 단식을 중단하면서 볼썽사나운 모습을 피할 수 있게 됐습니다. 자대련 김상훈 대표는 “서로 소기의 목적을 달성해 오후 5시 예정됐던 폭식 투쟁이 성명서 낭독으로 변경됐다”고 알렸습니다. 그는 또 “탈 없이 단식을 중단해 다행이다. 이번 행사는 목숨을 위협하는 단식을 멈추게 하기 위함이지 세월호 유족을 비하하고 조롱하려는 게 아니었다”고 해명했습니다.
음식 사진으로 김씨를 조롱하는 게시글이 인터넷에 오르기도 했습니다. 김씨의 페이스북에 한 네티즌이 순대국밥, 제육볶음 등의 사진을 올리고는 “저희 이모가 잠실 삼전동에서 순대국밥 집을 운영하는데 한번만 먹어주면 안되나요? 유민 아빠도 숟가락을 들게 만든 그 순대국밥! 이렇게 플랜카드 걸려고 하는데 좀 도와주시면 안 돼요? 약자의 편에 선 다면서요”라고 적은 겁니다. 먹다 남은 음식 사진을 올린 후 “아무리 배고파도 이런 건 안 먹으려나? 먹다 남은 거야”라는 글을 남기기도 했네요. 이런 도발적인 글에 ‘좋아요’를 남기는 네티즌들도 꽤 있었죠.
언젠가부터 정치적 성향이 다르다는 이유로 상대방에게 막말을 뱉는 사람들이 많아졌습니다. 정치인과 연예인 등 유명인사들도 예외가 아닙니다. 전쟁터가 된 트위터와 뉴스 댓글창에 피로감을 느끼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죠.
김씨를 비롯한 세월호 유가족들이 요구가 과하다고 판단할 수 있습니다. 단식을 반대하고 비판할 수도 있죠. 왜 저렇게 벼랑 끝에 선 사람처럼 행동하나 궁금해 하고, 단식의 이유를 이해한 후라면 더 좋겠지만요. 문제는 인간에 대한 예의입니다. 자식을 잃고 절규하는 한 인간의 개인사를 파헤치고, 목숨을 건 행동을 조롱하는 건 정도를 벗어난 것 아닐까요. 최소한의 인간다움을 지켜간다면 우리의 삶이 좀 더 편안해지지 않을까 합니다.
김민석 기자 ideae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