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을 앞두고 ‘가짜 깁스’가 품절됐다는 소식이 인터넷에서 화제입니다. 연극·영화 소품이나 만우절 장난을 위해 만들어진 가짜 깁스가 명절이 다가오면 불티나게 팔린다는 겁니다. 가격은 1만6000원 안팎입니다. 진짜 그럴까 했지만 업체에 확인하니 놀랍게도 사실이었습니다.
판매업체 관계자는 1일 “주문량이 갑작스럽게 늘어 지난달 30일부터 품절”이라며 “급하게 공장에 추가로 주문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설이나 추석 등 명절연휴가 다가오면 평소보다 3배 이상 잘 팔린다”고 덧붙였습니다. 이 업체의 재고는 100개 정도입니다. 다른 업체도 “판매량이 크게 늘었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가짜 깁스가 올라온 쇼핑몰을 살펴봤습니다. 상품설명엔 ‘붕대와 함께 사용하면 어렵지 않게 아픈 상황을 연출할 수 있다’고 쓰여 있습니다. 손을 넣고 20~30분이면 완전히 굳어 실제 깁스를 한 것처럼 보인다는군요. ‘한 번 굳으면 모양을 바꿀 수 없으니 조퇴용으로는 절대 사용금지’라는 유머러스한 주의사항도 있습니다. ‘아플 때 사용해도 될 정도’라는 실제로 사용한 사람의 후기도 보입니다. 업체 관계자도 “의료용 깁스와 크게 차이가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이 현상을 놓고 인터넷에는 “보자마자 ‘빵’ 터졌다” “동서가 가짜 깁스를 하고 등장해도 살짝 눈감아 줍시다”라는 주부들의 반응이 올랐습니다. 진지하게 고민하며 가짜 깁스를 구매하려는 주부도 댓글을 달았습니다. 명절이 다가오면 가짜 깁스가 품절되는 웃지 못 할 현상에 일단 주부들은 공감한다는 반증일 겁니다. 우울증, 불면증, 신경성신체장애 등을 동반한 명절증후군을 피하기 위해서라는데 주부가 아닌 사람들의 생각은 어떨까요?
네티즌들은 “오죽하면 가짜깁스를 하겠느냐”는 의견과 “가시방석을 자초하는 한심한 짓”이라는 의견으로 나뉘어 갑론을박을 벌였습니다. “식구가 많은 종갓집이라면 이해할 수 있다” “요즘 시어머니들은 눈치가 백단이니 조심하라” “남편들이 일을 안 도와주니 그렇지” 등의 반응도 눈에 띕니다. 한 네티즌은 “진짜 다쳐서 깁스한 며느리가 괜한 오해를 받게 생겼다”고 적어 호응을 얻었습니다.
전문가들은 명절증후군을 예방하려면 가족들이 어울려 차례상을 준비하며 수다를 떨라고 조언합니다. 며느리들이 스트레스를 받는 주된 이유는 손 하나 까딱하지 않는 다른 가족 때문이므로 다같이 차례상을 준비하면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만들 수 있다는 겁니다.
글쎄요. 가장 큰 책임은 손 하나 까딱하지 않는 남편들에게 있지 않을까요. 부모와 형제들에게 눈치가 보여 도와주는 게 여의치 않다면 아내의 정신적 스트레스만큼은 책임지겠다는 자세를 가지면 어떨까 싶네요.
김민석 기자 ideae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