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쿡기자] 이제 ‘짭새’라고 안 부를게요… 경찰 유쾌한 변신 좋아요

[친절한 쿡기자] 이제 ‘짭새’라고 안 부를게요… 경찰 유쾌한 변신 좋아요

기사승인 2014-09-17 06:00:55
사진=페이스북 경찰청 온라인소통계 페이지 캡처

“접촉사고 시 현장사진은 이렇게! 차량 파손 부위는 근접 촬영, 상황파악을 위해 원거리 촬영도 하세요. 바퀴가 돌아가 있는 방향을 찍고, 발뺌 못하도록 상대차량의 블랙박스 유무도 찍어놓고요!”

‘오~ 이건 몰랐네’ 싶지 않으신가요. 진짜 경찰관의 조언입니다. 16일 인터넷에서 ‘경찰관이 알려주는 알짜 정보’라는 제목으로 퍼지며 화제가 됐는데요. 원 출처는 경찰청입니다.

경찰청이 온라인을 통해 시민들과 소통을 시작했습니다. 페이스북에 ‘경찰청 온라인소통계’라는 페이지를 지난해 12월 개설했습니다. 강력계는 들어봤는데 온라인소통계라는 말은 생소하다고요? 보다 가까이 다가가려는 경찰의 노력이 엿보입니다.

페이지를 직접 찾아보니 재밌는 얘기가 많았습니다. 전국 경찰관들의 훈훈한 활약상이 주로 소개되고 있더군요. 사연을 몇 가지 전해보자면 이렇습니다.

경기도 안산상록경찰서 부곡파출소 방모 경장은 지난 8월 “남동생이 자살을 암시하는 듯한 전화를 걸어왔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했습니다. 하지만 다세대주택이어서 정확한 위치를 알 수 없었답니다. 수소문해 집을 찾던 중 한 창문에서 검은 연기가 뿜어져 나왔습니다. 자살 기도자가 이미 번개탄을 피운 것이었죠. 방 경장은 방범창으로 몸을 구겨 넣고 들어가 그를 구출했습니다.

서울 남대문경찰서 송모 경위와 박모 경사는 기지가 빛났습니다. 꼬마아이가 길을 잃고 헤매고 있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했는데, 아이 행동이 보통과는 좀 달랐답니다. 후에 알고 보니 지적장애 3급을 가진 아이였다네요. 경찰들이 부모님 연락처와 사는 곳을 물어도 횡설수설만 하던 아이가 “자장면이 먹고 싶다”는 말을 뱉었습니다. 두 경찰관은 이때를 놓치지 않고 물었죠. “혹시 자장면집 전화번호 알고 있니?” 아이는 신나게 번호를 얘기했고, 이 중국집 사장의 도움으로 아이의 집을 찾아줄 수 있었습니다.

소소하지만 마음이 훈훈해지는 이야기들이지요. 페이지에는 이런 사연들이 많이 올라있습니다. 뿐만 아닙니다. 가끔은 지명수배자의 공개수배 전단지가 게재되기도 합니다. 네티즌들의 반응은 뜨겁습니다. 게시물 좋아요 수가 많게는 1000여건 넘게 오르기도 합니다.

페이지가 인기를 끄는 요인은 또 있습니다. 페북지기의 유머와 친근함입니다. 네티즌 사이에서 유행하는 말을 사용하면서 재치 있는 글을 많이 남깁니다. 종종 “심쿵(심장이 쿵 내려앉음) 했다”며 미모의 여성 경관을 소개하고요. “꿀팁(꿀처럼 유용한 팁)”을 주겠다며 ‘스파이앱(타인의 스마트폰을 훔쳐보는 앱) 제거 방법’을 전하기도 합니다.

게시물 자체도 흥미로운 게 많습니다. 불량식품 근절 홍보대사인 개그우먼 이국주가 ‘식탐송’을 개사해 부른 부산경찰청 홍보영상이 눈길을 끕니다. 최근 열풍이 일었던 ‘아이스버킷 챌린지’의 경찰관 버전 동영상도 재밌더군요.

이런 노력은 부산경찰청 트위터 운영의 연장선상에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부산경찰청은 재치 넘치는 트윗을 남겨 여러 차례 화제가 됐죠. 긍정적인 현상입니다. 한때는 ‘짭새’라는 비아냥까지 듣던 경찰들의 노력이 반갑습니다. 함께 얘기 나누고 웃다보면 어느새 가까워지는 게 사람 사는 일 아니겠습니까.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
권남영 기자 기자
kwonny@kmib.co.kr
권남영 기자 기자
이 기사 어떻게 생각하세요
  • 추천해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추천기사
많이 본 기사
오피니언
실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