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의 디자인을 이끌어갈 차세대 디자이너들의 청사진을 살펴볼 수 있는 전시가 열려 눈길을 끌고 있다. 한양대학교 커뮤니케이션디자인과 졸업전시가 서울 종로구 관훈동 184번지 토포하우스 갤러리 전관(지하 1층, 지상 1·2층)에서 9월 24일부터 30일까지 열린다.
지난해 한양대 커뮤니케이션디자인과는 ‘HYCD’라는 이름으로 졸업전시를 개최했다. HYCD의 개념을 적극 알리고 향후 추진해나갈 방향을 설정하는 역할도 충분히 하면서 새로운 아이덴티티를 구축하고 정립하는 데 주력한 전시였다.
올해는 HYCD의 브랜드를 강화하고 대중에게 더욱 널리 인식시키는 것에 주력하는 전시를 연다. 한 번 반짝하고 끝나는 이벤트성이 아니라 일관성을 유지하면서 많은 사람들과 소통할 수 있는 전시를 모색하는 것이다.
디자인은 실용성과 작품성 두 가지 측면을 동시에 갖고 있다. 사회 일선 진출을 앞둔 졸전에서는 이 두 가지를 어떻게 조화를 이루느냐는 게 과제일 것이다. 전시는 많은 사람들의 경험을 공유해야 하고 또 많은 사람들에게 인지될 수 있어야 한다.
전시는 관람객과 소통이 되지 않으면 성공한 전시라 할 수 없다. 올해 졸업전시준비위원회(위원장 이재석)는 ‘HYCD’ 정체성을 확립하고 생활 속의 디자인 개념을 부각시키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사람들 간의 감정적 교류를 통해 소통의 메커니즘을 확립하는 데 힘썼다.
메커니즘 확립을 위해선 구조적 기반이 필요하다. 이 기반을 ‘청사진’이라는 그래픽적 모티브로 삼았다. 청사진(blue-print)은 건축과 공학설계를 문서화한 기술도면을 인화로 복사하거나 복사한 도면을 말한다. 은유적으로는 ‘어떠한 자세한 계획을 일컫는 데 쓰임’이란 뜻이다.
디자인은 우리 삶과 떼려야 뗄 수 없는 분야다. 그런 만큼 대중과의 소통이 필수적이다. 누구나 미래에 대한 꿈과 희망을 갖고 있다. 이번 졸전은 사람들과 소통하고 함께 어울리는 기획으로 관람객들에게도 희망의 청사진을 펼쳐 보인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전시에는 예비 디자이너 34명의 작품이 선보인다. 이재석은 ‘ARTPHICS(아트픽스)’라는 주제로 일반적인 연예인 브로마이드 사진에서 벗어나 희소가치를 느낄 수 있는 한류스타 상품들을 디자인하여 새로운 한류바람을 이끌고자 했다. 그가 작품 캐릭터로 삼은 스타는 현재 중국 뿐 아니라 아시아시장에서 왕성한 활동 중인 배우 김수현이다. 개성을 살린 일러스트 그래픽을 통해 다양한 아트상품들을 개발했다. 한류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 등의 이미지를 차용해 컬러풀한 색상과 동양적인 느낌을 최대한 살렸다.
김예지는 ‘De Breeze’라는 제목의 전시를 선보인다. 요즘은 자신의 취향을 따르고, 조그만 것에도 만족하며 삶을 향유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좀 더 세련된 방식으로 자신을 표현하고, 느긋하게 일상의 여유를 채울 수 있도록 자연의 향기를 전하는 디자인 제품을 제작했다.
김영기는 ‘다른 생각’이라는 주제의 작품으로 주입식 교육, 고정관념 등에서 벗어나 변화하는 시대에 맞추어 다른 생각과 상상력이 필요한 시점이 아닐까하고 질문한다. 또 박준솔은 ‘CALM FOREST’라는 작품을 통해 현대인들이 즐겨 찾는 힐링의 방법 중 하나인 캠핑 자체를 자연 속으로 끌어들여 자신을 돌아볼 수 있게 한다.
한진희의 ‘HOME, SWEET HOME’은 우리 사회에 만연한 가족 문제를 예방하는 교육과 이를 해결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솔루션에 대해 생각하는 작품이다. 황도경의 ‘세계유산 창덕궁 그래픽 디자인 상품’은 화려하면서 절제미가 있는 창덕궁의 그래픽 작업으로 관광 상품을 제작했다.
강태완의 ‘SOUND CUBE’는 패키지와 음악을 한꺼번에 즐길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단순히 스마트폰에서 음악을 틀어 즐기는 것이 아니라, 실제 박스를 사게 되면 코어가 되는 앨범 디자인에서 타이틀곡이나 다른 음원들을 QR코드를 통해 인터넷으로 제공받을 수 있다.
참신하면서도 재기발랄한 디자인 전시가 감성을 불러일으킨다. 미술동네 인사동 골목길을 거닐면서 한번쯤 들러 예비 디자이너들의 작품을 감상하면서 잠깐의 여유와 힐링을 만끽하는 것은 어떨까(02-734-7555).
이광형 선임기자 g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