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또?’ 계속되는 자막실수 “시청자는 언제까지 이해해야 합니까”
두 번째 실수부터는 실수가 아니라고 했던가요? SBS가 연이은 방송사고로 물의를 빚고 있습니다. 또 자막 실수입니다.
SBS는 25일 저녁 ‘2014 인천아시안게임 하이라이트’를 방송했습니다. 여자배구 한국 대 일본 경기를 전하며 ‘대한민국’을 ‘대한일본’으로 표기하는 방송사고를 냈는데요. 이 자막은 약 4분간 계속되다 대한민국으로 수정됐지만 시청자들의 항의는 빗발쳤습니다.
SBS의 인천아시안게임 자막 방송사고는 처음이 아닙니다. 25일 경기도 고양종합경기장에서 열린 2014 인천아시안게임 남자축구 16강전 경기를 중계하면서 박주호(27·FSV 마인츠05)의 국적을 한국이 아닌 홍콩으로 표기했습니다. 후반 22분 박주호의 골 이후 선수 설명자막에 홍콩 국기를 넣고 ‘HKG PARK Jooho’라고 표기한 겁니다. HKG는 홍콩의 정식 약자입니다.
문제는 이전에도 SBS의 자막실수가 여러 번 기사화됐을 만큼 잦았다는 겁니다. 지난해 6월 ‘SBS 8시뉴스’에서는 ‘금강산’을 ‘금광산’이라고 표기했으며 8월에는 ‘SBS 6시 뉴스’에서 식품의약품안전처 관계자의 발언을 자막에 옮기며 동해를 일본해라고 표시했습니다.
예능도 다르지 않습니다. 지난해 8월 종영한 SBS ‘땡큐’에서는 가수 이효리(35) 발언을 잘못 적어 내보냈습니다. “댄서와 스킨십을 하면 이상순이 ‘무슨 여자가 그렇게 헤프냐’고 한다”는 언급을 “무슨 여자가 해퍼, 해퍼”로 표기했던 겁니다.
이것 말고도 자막실수는 계속 있었습니다. 포털사이트에 검색을 하면 기사만 수백개가 쏟아질 정도입니다. SBS는 사고가 있을 때마다 공식 입장을 내며 사과했습니다. 그러나 되풀이되는 사과가 시청자에게 진심으로 다가올지 의문입니다. SBS의 특별한 노력이 필요해 보입니다.
“‘실패한’ 박태환”이라니…‘기레기’는 반성합니다
23일 한 네티즌에게 댓글로 호된 꾸지람을 들었습니다. 비속어가 섞여 있었지만 악성 댓글이 아니었습니다. 고개가 끄덕여지는, 뒤통수를 세게 한 대 얻어맞은 듯한 날카로운 지적이었습니다.
우리나라의 ‘수영 영웅’ 박태환(25·인천시청)에 대한 기사 때문이었습니다. 박태환과 오랜 시간을 함께한 마이클 볼 코치의 인터뷰 기사에 ‘2014 아시안게임 자유형 200m에서 동메달을 차지해 3연패에 실패한 박태환은…’이라고 쓴 겁니다. 이 네티즌은 “‘3연패 실패’라고 쓰지 말고 ‘3연속 메달 획득’이라고 쓸 순 없느냐”고 했습니다.
요즘 유행하는 소위 ‘기레기(기자+쓰레기)’가 된 순간, 2012년 런던올림픽 때의 개인적인 기억이 떠올랐습니다. 언론이 ‘금(金)’에만 초점을 맞춘 나머지 세계 2위, 3위라는 위업을 폄하하는 게 마음에 들지 않았습니다. 트위터를 통해 “앞으로 기자들은 기사를 쓸 때 ‘은메달에 그쳤다’ ‘동메달에 머물렀다’는 식의 표현을 쓰지 말자”고 제안했습니다. 30분도 채 안 되는 시간 동안 수백 명이 리트윗 해 깜짝 놀랐습니다.
그런데 표현만 다를 뿐 같은 취지인데도 제가 하지 말자고 한 행태를 불과 2년만에 스스로 되풀이한 겁니다.
박태환은 경쟁자들보다 열악한 조건에서 이번 대회를 준비했습니다. 박태환은 은메달만 2개를 딴 런던 올림픽 직후 SK와의 계약이 끝나자 스폰서를 찾지 못했습니다. 선뜻 나서는 곳이 없었다고 합니다. 여기에 대한수영연맹이 규정에 따른 포상금 5000만원도 제때 지불하지 않았습니다. 이런 이유들로 박태환은 전지훈련을 자비를 들여 다녀와야 했습니다.
23일 자유형 400m에서 금메달을 딴 쑨양(중국)은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지난해 많은 일이 있었음에도 계속 믿어준 스폰서에 감사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지난해 무면허 음주 운전 혐의 등 물의를 일으켰죠. 현장에서 전해진 소식에 따르면 박태환은 쑨양이 스폰서 얘기를 한 순간에 그를 쳐다보며 씩 웃었다고 합니다. 주변의 간헐적 도움이 있긴 했지만 안정적인 스폰서 없이 여기까지 온 자신이 초라하게 느껴졌기 때문 아닐까요.
이런 박태환에게 간단하게 ‘실패한’이란 수식을 붙여선 안 된다는 걸 부정하는 사람은 없을 겁니다. 사실 체력 소모가 심한 수영이라는 경기에서 10년에 가까운 세월 동안 국가대표 에이스 자리를 유지한다는 자체도 대단한 건데, 자유형 200m·400m, 계영 800m 등 나갈 때마다 메달을 따내며 국민들에게 기쁨을 선사했습니다.
박태환의 ‘아시안게임 3연속 메달 획득 성공’을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김부선을 외면했던 ‘기레기’ 입니다”
요즘 가장 화제를 모으고 있는 인물 중 한 명은 배우 김부선(53·사진)씨입니다. 또 김씨와 같은 이웃 주민 간의 폭행 공방으로 촉발된 아파트 ‘난방비 비리’ 논란은 최고의 화제 중 하나입니다.
김씨는 24일 자신의 폭행 피소 건 조사를 받기 위해 출두한 경찰서에서 “(내가 사는 아파트 난방비 문제를) 무던히 언론에 알렸는데 언론들은 외면했다”고 말했습니다. 뜨끔했습니다. 제가 바로 김씨를 외면한 그 언론 중 하나입니다.
러시아 소치동계올림픽이 열리던 올해 2월 초였습니다. 과거 취재를 통해 알게 된 지인이 김씨의 사연을 제보하며 연락처도 알려줬습니다. 김씨는 오랜 시간 아파트 일부 주민들과 겪어온 갈등에 힘이 들었는지 언론의 취재 전화가 오자 반가워했습니다.
김씨는 자신이 사는 아파트의 난방비 문제 관련 사실들을 적극적으로 말해줬습니다. 난방비가 0원인 가정이 수십 가구에 이른다는 등 최근 언론사들이 경쟁적으로 다루고 있는 것들이 다 있었습니다. 확인을 위해 직접 방문하겠다면 언제든지 오라고도 했습니다.
충분히 기사가 될 만한 내용이라고 판단했고, “요즘 올림픽 때문에 시간이 여의치 않다. 올림픽이 끝나면 바로 다시 연락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그런데 올림픽이 끝나기 전 아파트 ‘난방비 복불복’ 논란이 새로운 이슈가 아니라는 걸 확인하게 됐습니다. 2011년 국정감사에서 거론이 됐고, 이미 다른 매체에서도 비중 있게 다뤘더군요.
기자들은 이런 경우를 두고 ‘핸디 빠졌다’는 은어로 표현합니다. 기사가 될 만한 아이템이 이후 새롭게 확인된 어떤 사실로 가치가 깎였다고 생각되는 상황입니다. 이미 여기저기서 다뤄져 기사를 써봐야 ‘재탕’에 불과하다는 결론에 ‘핸디 빠진’ 아이템이 돼 버린 겁니다.
그래서 김씨에게 연락을 하지 않았습니다. 올림픽이 끝난 후 “많이 기다리고 있었는데 왜 이렇게 감감 무소식이냐”는 김씨의 전화가 한 차례 왔습니다. 그리고 김씨도 눈치를 챘는지 더 이상 연락이 오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흐지부지 됐습니다.
아마 이 기사를 포기한 다른 기자들도 비슷한 이유였을 거라 생각합니다. 언론의 기본 원칙 중 하나인 ‘시의성’이 떨어지거나, 이미 다른 곳에서 나온 내용이라 언론이 그렇게 좋아하는 ‘단독’도 못 된다는 거죠.
그렇게 법에 이어 언론에까지 외면당한 김씨는 외로운 싸움을 계속 하다 폭행 공방에까지 휘말리게 된 것으로 보입니다.
이 사건을 계기로 아파트 난방비 문제가 사회적 파장을 몰고 오는 것을 목격하면서, 당시 너무 구태의연한 원칙에만 빠졌던 건 아닌지 반성을 하게 됐습니다.
해당 ‘팩트’가 대중에게 전달할만한 가치만 충분하다면 그게 재탕이라고 무작정 외면하는 게 아니라 더욱 발전된 내용으로 취재해 써 보려고 고민해야 한다는 당연한 도리를 생각하지 못한 겁니다. 4년 전 국정감사나 다른 매체 1~2군데에서 먼저 나왔다고 모든 사람이 다 알고 있는 게 아닙니다.
종이신문은 지면, 방송뉴스는 시간의 제약 때문에 선택되는 아이템의 가치가 제한되고 그만큼 엄격해 질 수 밖에 없다는 핑계라도 댈 수 있을지 모릅니다. 하지만 요즘처럼 무한 플랫폼이 허락되는 ‘디지털 퍼스트’ ‘모바일 퍼스트’ 환경에서는 안 통합니다. 뉴미디어 시대에 ‘기레기(기자+쓰레기)’가 되지 않으려면 기사 가치에 대한 언론의 사고도 유연해져야 되겠습니다.
‘코리아 소트니코바?’ 손연재 선수 실력으로 보여주세요
리듬체조 요정 손연재(20·연세대)에게 ‘한국의 소트니코바’라는 별명이 생겼습니다. 손연재는 지난 23일 터키 이즈미르에서 열린 2014 리듬체조 세계선수권대회에서 한국 선수로는 처음으로 메달을 땄습니다. 그런데 축하는커녕 비난 세례가 이어졌죠. 네티즌들은 심판 배정에 문제를 제기하며 아델리나 소트니코바(18·러시아) 사건과 비교하고 있습니다.
후프 결선에서 손연재는 17.966점을 받아 1위 야나 쿠드랍체바(18.816점), 2위 마르가리타 마문(18.450점)에 이어 동메달을 차지했습니다. 경기 후 심판 배정 논란이 일었습니다. 한국인 2명(서혜정, 김지영)과 손연재의 전담코치인 옐레나 니표도바(40·러시아)가 심판진에 포함됐기 때문입니다.
니표도바는 2011년부터 손연재의 전담코치를 맡고 있습니다. 손연재는 그해 세계선수권에서 11위에 올랐고, 2012년 런던올림픽에 출전해 한국 리듬체조 사상 최고 성적인 올림픽 5위를 기록했습니다. 지난 4월 대한체조협회는 외국인 최초로 니표도바를 한국대표팀 명예코치로 임명했습니다. 당시 그는 “올 시즌 목표는 손연재가 인천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따는 것”이라며 “손연재와 함께 금메달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손연재 선수의 실력이 부족하다는 게 아닙니다. 세계선수권대회에 현역선수 코치가 심판으로 직접 나오는 일은 드뭅니다. 여기에 한국인 코치 2명까지 심판진에 포함돼 공정성 논란이 제기된 겁니다.
올해 초 비슷한 사건이 있었죠. 2014 동계올림픽 여자 피겨스케팅 경기에서 김연아는 완벽한 연기를 펼쳤지만, 실수를 한 소트니코바에 총점 5점이 뒤져 은메달에 머물렀습니다. 당시에도 편파판정 의혹이 제기됐습니다. 심판을 본 러시아인 알라 셰코프세바와 소티니코바가 포옹을 나누는 장면 등이 목격됐습니다.
네티즌들은 이 사건에 빗대 “우리나라도 이제 소트니코바한테 할말이 없어졌다” “연아 점수 깎아 먹은 거 연재 점수로 보충했네” “불공정한 심판 배정이다” 등의 의견을 쏟아냈습니다. 반면 “마녀사냥이다” “손연재가 메달만 따면 꼴 보기 싫어하는 것 같다” “자국 선수를 이렇게 비난하는 나라는 우리나라밖에 없을 거다” 등의 반응도 많습니다.
손연재 선수는 다음달 1일부터 인천아시안게임 리듬체조 개인과 팀 경기에 나섭니다. 논란을 불식시키는 방법은 단 한가지입니다. 멋진 경기 보여주길 바랍니다.
“불효자는 웁니다”… 29초 만에 사람들 울린 박카스 광고
꽉 들어찬 엘리베이터, 출근 중인 딸과 택배서비스 일을 하는 아버지가 마주칩니다. 딸은 초라한 행색의 아버지가 창피해 외면합니다. 아버지가 자신을 알아보고 회사에 알려질까 봐 짜증스럽다는 표정까지 짓네요.
그러나 이어진 장면에서 딸의 두 눈엔 눈물이 가득 고입니다. 사무실 책상 위엔 아버지가 놓고 간 “우리 딸 미안하다. 빗길 조심히 오려무나”라고 쓴 메모와 박카스 한 병이 놓여 있었죠.
네티즌들은 “29초 만에 눈물을 흘리게 만드는 광고”라고 입을 모으고 있습니다. “아버지의 사랑을 잘 표현했다” “아버지 생각에 불효자는 웁니다” “그 어떤 영화나 드라마보다 눈물샘 자극정도가 높다” “마음이 불편하지만 현실인 것을 어쩌겠나” 등의 댓글이 달렸네요.
이 영상은 지난해 ‘박카스 29초 영화제’에서 우수상을 받은 ‘대한민국에서 불효자로 산다는 것’ 편입니다. 유튜브로 먼저 공개돼 폭발적인 반향을 일으켰고 지난 6월부터 TV광고로 나오고 있습니다. 불효자편뿐 아니라 ‘엄마로 산다는 것’ ‘대학생으로 산다는 것’ ‘학부형로 산다는 것’ 편들도 호소력이 높습니다. 우리 이웃들이 직접 만든 영상이어서 더욱 공감되네요.
최근 가족을 위해 남몰래 애쓰는 아버지의 고단하고 애잔한 삶을 소재로 한 TV광고가 부쩍 늘었습니다. 한 가족이 모여 웃음꽃을 피우던 모습을 비추던 과거의 광고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입니다. 이러한 광고를 두고 장기불황 속에서 위로받고 싶은 심리와 맞물려 호소력을 발휘한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태국의 한 보험회사도 딸을 홀로 키우는 벙어리 아버지를 등장시킨 광고를 만들어 사람들을 울렸습니다. ‘완벽한 아버지는 없습니다. 하지만 아버지는 항상 완벽하게 사랑합니다’라는 광고 카피가 가슴을 울리네요.
가족들을 위해 묵묵히 걸어가는 이 땅의 모든 아버지들 파이팅!
김현섭 김민석 민수미 최지윤 기자 afero@kim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