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인천아시안게임은 절반의 성공이었다. 우리나라는 36개 전 종목에 선수 831명을 파견, 중국에 이어 종합 순위 2위에 올랐다. 시장 규모가 큰 야구·축구·농구 등 프로스포츠 구기종목에서 골드러시가 이어졌고 체조의 손연재가 금빛 연기를 펼쳐 기대감을 높였다. 그러나 수영의 박태환과 체조의 양학선 등 올림픽 금메달리스트들은 기대했던 성적을 거두지 못했다.
금메달 딱! 금메달 킥! 금메달 덩크!
우리나라의 4대 프로스포츠에서 선전이 이어졌다. 야구와 남자 축구, 남자 농구는 금메달을 차지했고 남자 배구도 동메달로 자존심을 지켰다. 야구는 지난달 28일 대만과 결승전에서 2대 3으로 뒤진 8회 4점을 뽑아내며 6대 3으로 역전했다. 2연패이자 통산 4번째 정상을 밟았다. 남자 축구는 남·북전이었다. 지난 2일 북한과의 결승전에서 120분간의 혈투를 끝내고 승부차기로 넘어가기 직전인 연장 후반 15분 임창우(대전)의 결승골로 1대 0 신승을 거뒀다. 1986 서울아시안게임에서는 남·북한이 공동 우승했지만 이번에는 한국만 시상대 최상단에 올랐다. 남자 농구는 지난 3일 이란과의 결승전에서 79대 77로 승리했다. 경기 종료를 69초 남기고 5점차로 뒤졌지만 투혼을 발휘하면서 짜릿한 2점차 역전승을 일궈냈다.
손연재의 첫 종합 국제대회 금메달
‘체조 요정’ 손연재는 아시안게임에서 가장 빛나는 별이었다. 지난 2일 리듬체조 개인종합에서 곤봉 18.100점과 리본 18.083점, 후프 18.216점, 볼 17.300점으로 4개 종목 합계 71.699점을 받아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한국 리듬체조 사상 첫 아시안게임 금메달이었다. 금메달을 놓고 경쟁한 중국의 덩썬웨는 최종 합계 70.332점으로 은메달을 차지했다. 손연재는 단체전에서도 은메달을 이끌었다. 두 번의 아시안게임에서 색깔별 메달을 한 개씩 수확하며 2016 리우올림픽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애국가가 한 번도 울리지 않은 문학박태환수영장
올림픽과 아시안게임의 금메달리스트인 박태환은 골드러시에 합류하지 못했다. 지난달 25일 남자 자유형 100m 결선에서 차지한 은메달이 최고 성적이었다. 동메달은 5개다. 자유형 200m와 400m, 계영 400m와 800m, 혼계영 400m에서는 동메달을 차지했다. 모두 6개의 메달을 목에 걸었지만 금메달은 없었다. 박태환만 바라보고 있었던 한국 수영은 36년 만에 ‘노골드’의 수모를 당했다. 박태환의 라이벌인 중국의 쑨양은 3개의 금메달을 쓸어 담았지만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박태환과 쑨양의 사이를 비집고 등장한 일본 수영의 ‘신성’ 하기노 고스케는 이번 아시안게임의 첫 3관왕을 달성했다.
2등의 ‘쓴맛’을 처음 본 ‘도마의 신’ 양학선
양학선은 아시안게임 2연패를 놓쳤다. 양학선은 지난달 25일 남자 기계체조 도마 결선에서 1·2차 평균 15.200점으로 은메달을 차지했다. 시니어로 전향하고 첫 번째 국제대회인 2010 광저우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차지했지만 오른쪽 햄스트링 부상을 극복하지 못했다. 금메달은 섹와이훙(15.216점·홍콩)의 목에 걸렸다. 양학선은 2차 시도에서 섹와이훙과 점수차를 극복하기 위해 최고 난도 6.4인 신기술 ‘양학선2’를 시도했다. 도마를 옆으로 짚고 세 바퀴 반을 비트는 기술이었다. 그러나 실제로 구사한 사한 기술은 반 바퀴 적은 난도 6.0의 ‘로페즈’였다. 완벽한 착지로 고득점을 예상했지만 15.400점을 받았다. 양학선은 경기를 마친 뒤 “광저우아시안게임에서 처음 1등하고 한 번도 1등을 놓치지 않았는데…”라고 말을 잇지 못하고 눈물을 쏟았다. 한국 기계체조는 32년 만에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한 개도 차지하지 못했다.
펜싱·승마·요트… 새 효자종목 연이어 발굴
2012 런던올림픽에서 종합 2위로 돌풍을 일으켰던 한국 펜싱은 이번 아시안게임에서 상승세를 증명했다. 펜싱에 걸린 12개의 금메달 가운데 8개를 수확했다. 은메달은 6개, 동메달은 3개였다. 대회 초반 한때 우리나라를 종합순위 1위로까지 끌어올리면서 대세를 확인했다. 승마에서도 금빛 질주가 이어졌다. 6개 종목에서 금메달 4개와 은메달 1개, 동메달 1개를 차지하며 아시안게임 출전 사상 최고 성적을 거뒀다. 송상욱은 2관왕으로 승마대표팀의 선전을 견인했다. 요트에서는 금메달 4개, 은메달 1개, 동메달 1개로 종합우승을 차지했다.
사진=국민일보DB, AFP BBnews(News1)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